크리스퍼 유전자가위 | 웰컴 투 <가타카> 월드!

인문교양 <유레카> 11월호 특집플러스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우수 유전자들이 모인 꿈의 공간?

웰컴 투 가타카 월드

 

여기 유전공학 영화의 고전이 있다. 1997년 개봉한 <가타카>가 그 주인공. 맞춤형 인간 생산이 가능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타카>가 우리에게 던져준 철학적 질문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등장해 인간 유전자 편집의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더욱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다. <가타카>를 보면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그려낼지도 모르는 미래 세상을 살펴보자. 단,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길. 

 

 

<가타카> 줄거리

빈센트는 자연수정으로 결함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타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그는, 늘 지던 동생과의 수영 내기에서 이긴 후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깨닫고 집을 나선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고의 우주 항공 회사인 ‘가타카’에 입사하려 했으나 부적격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완전히 배제되자, 그는 적격자인 제롬 유진 머로우의 신분을 빌리기로 결정한다. 

유진의 유전자 프로필과 유사한 외모를 위해 다리를 늘리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하고, 유전자 감식을 통과하려고 유진의 혈액과 소변을 지니고 다니는 등 초인적 노력 끝에 가타카의 일원이 된다. 이후 사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리며 부적격자라는 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타이탄행 우주선에 탑승, 자신의 꿈을 이룬다.

 

<가타카> Gattaca / SF, 드라마, 스릴러,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앤드류 니콜 

출연 | 에단 호크(빈센트 프리먼), 우마 서먼(아이린 카시니)


 

 

‘가타카 세상’,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다

<가타카>의 배경은 이렇다. 유전공학이 발달한 어느 미래에, 인간은 드디어 ‘맞춤 아기’를 생산해내기에 이른다. 심장질환 등 유전적 질병은 물론, 폭력성, 근시 유전자, 탈모 유전자 등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를 제거한 배아를 인공 수정한다. 불필요하거나 열등한 인자를 지닌 아이를 낳는 ‘자연 임신’보다는 ‘인공 수정’이 당연시되는 사회. 가타카 사회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계급의 차이 혹은 신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인공 수정’으로 불리한 인자를 모두 제거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은 ‘적격자valids’로 우대받는 한편,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자들은 ‘부적격자invalids’로 불리며 차별을 당한다. ‘유전자 감식’이 모든 면접을 대신하는 사회. 피 한 방울로 간단히 검사되는 유전정보에 질병의 유무부터 신체적·지적 능력치, 개인의 성격적 특성까지 모든 것이 나와 있으니 굳이 더 질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 회사 면접조차 유전정보 감식으로 대체된다.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부적격자는 그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부적격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된다. 부적격자라는 증명은 사회에서 어떤 대단하고 창조적인 일도 해낼 수 없는 인간이라는 꼬리표다. 그들이 겨우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곤 청소부뿐이다. 열등한 인간이라며 뒤따라오는 멸시는 일상적이다. 아름다운 것만 같은 가타카 월드, 거기엔 음습하고 어두운 차별이 존재한다.

 

 

인물과 명장면

 

 

빈센트 프리먼(Vicent Freeman) 

영화의 주인공. 어릴 적부터 우주비행사를 꿈꿨지만 오직 부적격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적격자의 유전정보를 가진 제롬 유진 머로우의 신분을 빌리기로 한다. 그는 천고의 노력 끝에 그토록 갈망하던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고, 잠재력을 뛰어넘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청소감독 “유리창은 너무 깨끗하게 닦을 필요 없네.” 

빈센트 “무슨 뜻이죠?”

청소감독 “무슨 뜻인지 알 텐데.”

빈센트 “네. 하지만 유리창이 깨끗해야 언젠가 제가 이 창 너머에 있을 때, 제 모습을 훨씬 더 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빈센트가 신분을 위조하기 전,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일할 때 청소감독과 나눈 대화. 큰 유리창을 닦던 빈센트가 창 너머로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청소감독이 주의를 준다. 그러나 ‘넌 꿈도 못 꿀 일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청소감독의 핀잔에도, 빈센트는 여전히 우주에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꿈을 실현하고 말 것이라는 빈센트의 확신에 가까운 의지와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제롬 유진 머로우(Jerome Eugene Morrow) 

빈센트에게 적격자의 신분을 빌려준 전직 수영선수. 1등의 육체를 가지고 2등 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좌절해 자살을 시도하다가 불구가 되었다. 빈센트의 계획을 도와가면서 잃었던 자아를 회복해간다.

 

빈센트 “정말 고마웠어.”

유진 “아니, 나에게 유리한 계약이었어. 난 그저 몸만 빌려줬을 뿐인데, 넌 내게 꿈을 빌려줬잖아.”


우주로 향하기 전 빈센트가 유진과 작별하는 장면. 빈센트의 감사인사에 유진이 대답한다. 넌 내게 꿈을 주었으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빈센트가 우주로 떠나자, 유진은 소각로 속으로 뛰어든다. 목에는 은메달을 걸고. 소각로에 불이 들어오고, 은메달은 주황빛으로 타오르는 불빛을 빌려 금메달로 변한다. 완벽한 유전자를 타고 났지만 패배자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빈센트가 꿈을 이루는 모습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이린 카시니(Irene cassini) 

인공수정에 의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불완전한 적격자. 자신의 입지에 대해 늘 불안해한다. 완벽한 엘리트이면서도 따뜻한 일면을 지닌 빈센트에게 호감을 느낀다.

 

아이린 “당신이 자연잉태자라구요?”

빈센트 “그래도 우리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의사는 내가 많아봐야 서른 살까지 살 거라고 했죠. 하지만 난 이미 그 나이를 훌쩍 넘었어요."

아이린 “그건 불가능해요.”

빈센트 “무엇이 가능한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렸어요. 안 그래요? 사람들은 당신이 결점을 보게 만들었고, 결국 그게 당신이 본 전부였어요.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난 당신에게 가능하다는 걸 말해주려고 왔어요. 이건, 가능해요."


아이린은 적격자지만 빈센트와 같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 아이린은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우주비행사로 발탁되지 못하고 실의에 빠진다. 빈센트는 그런 그녀에게 나를 보라며,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셉 감독관(Derector Josef)

조직의 효율성과 유전자정보에 대한 신봉을 지상가치로 삼는 가타카의 감독관. 폭력성이 없는 유전자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자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조사관 “우주선을 제때 발사하는 게 당신에게는 매우 중요하죠. 그런데 그걸 당신 동료가 반대했고요.”

조셉 감독관 “제 유전자기록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시죠. 나에게는 폭력성이 없습니다.”


살인사건의 범인은 바로 가타카의 감독관 조셉. 그는 영화 초반 자신에게 혐의가 씌워지자 자신의 유전정보에는 폭력성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결국 범인은 그였다. 폭력성을 가지고 태어난 빈센트는 범인이 아니었다. 유전정보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예측 가능한 사회’라는 명제가 뒤틀리는 순간. 

 

 

 

안톤 프리먼(Anton Freeman) 

인공수정에 의해 태어난 빈센트의 동생. 가타카 내 살인사건의 담당수사관으로 형과 재회하게 된다. 자신보다 열등한 형의 성취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안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 모든 걸 어떻게 한 거야? … 우린 이제 돌아가야 돼.”

빈센트 “돌아가긴 이미 늦었어. 건너편으로 가는 게 더 빨라.”

안톤 “건너편이라니? 우리 둘 다 빠져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빈센트 “넌 내가 어떻게 해냈는지 알고 싶겠지! 난 한 번도 되돌아갈 힘을 남겨둔 적 없어. 그게 내가 널 이긴 방법이야.”


가타카의 엘리트 사원 제롬 머로우가 자신의 형 빈센트였다는 사실을 알아챈 안톤은 ‘형은 여기 있어선 안돼.’라고 소리친다. 언쟁을 하던 둘은 바다로 가 어렸을 때 자주 했던 수영내기를 한다. 될 수 있는 한 멀리 헤엄치는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 적격자와 부적격자의 싸움이니, 승패는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내기의 승자는 빈센트다. 

안톤은 빈센트가 이겼다는 사실에 납득하지 못한 채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냈냐고 묻는다. 빈센트는 되돌아갈 힘을 남겨둔 적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대답한다. 자신을 패배자라고 규정하는 유전정보, 수명을 갉아먹는 심장질환…. 빈센트는 어떤 장애물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꿈만을 향해 나아갔다. 두려움 따위는 버려두고, 실패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부터 결코 꺼지지 않았던 그의 확신 어린 열망은, 빈센트가 꿈을 쟁취해낼 마지막 열쇠였던 셈이다.

 




 

[출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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