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 상상의 공간 _ 흩어진 꿈의 조각들을 찾아 / 박지성, 사진작가

 

세상의 아름다운 곳들을 오랫동안 동경하고 마음속으로 그려왔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풍경과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고 싶었다. 그 간절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나는 사진기를 들고 훌쩍 떠났다.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의 갈증은 곳곳에 흩어진 꿈의 조각들을 주워 담으며 조금씩 해소되어갔다.

 

어떠한 것도 상상 이상이었다. 동양과는 완전히 다른 건축 양식, 들려오는 가지각색의 언어. 새로움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 스스로만이 내가 알던 낯익은 것이었다. 하늘빛마저 내가 알던 하늘은 가짜였나싶을 정도로 아름다움만이 물들어 하루 끝에는 감성적인 마음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마치 어릴 적 보았던 동화책 속의 세상이 종이의 가벼움을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두 발 딛고 서 있던 낯선 곳에서 느끼는 벅차오르는 환희의 순간들.

낯선 곳이 하나의 일상이 되고, 그 속에서 마주했던 새로운 장면들.

 

영화와 같았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나의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나에게는 어느샌가 고독이 드리워져 있었는지 멋진 풍경을 관조하다가도 그 낭만을 함께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었나 보다.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갖는 혼자만의 여유에서 느껴지는 행복과 동시에 이 행복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그리움 짙은 내음이 나를 자주 흔들어놓고는 하였다. 행복에 대한 관념이 분주하면서도 차분하게 재배열 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외로웠던 여행이 위로받던 순간들이 나의 사진기 속에 담겨있었다.

 

좋았던 추억은 미화되고 포장되어 머릿속 어딘가에 길이 남는다지만, 나날이 시력이 나빠져 일 년 전 맞췄던 안경이 이제는 도수 맞지 않는 안경이 되어버리듯 기억이란 어떠한 형태로 기록하지 않는 한 희미해져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두면 언제든 꺼내들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사진가는 그 얼마나 숭고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문득 찾아오는 고독과 외로움은 길에서 마주치는 타인의 행복에 다가감으로써 달랠 수 있었다. 내가 그리는 행복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선물을 하고 다니고는 했다. 그마저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분명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나를 반겨했다.

다른 문화와 소통의 부재 속에서도 사진이 가진 힘은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서도 훌륭하게 작용하였다. 다가가 그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담아내고, 숙소에 돌아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색으로 사진을 예쁘게 포장하여 받아 적어온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행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감사의 언어는 곧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 나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너도 여기 이탈리아에서 행복하길 바라!”

사진 정말 고마워 지성! 넌 정말 훌륭했어! 피렌체에서의 남은 날들 재미있게 보내!”

안녕 지성, 사진들 너무 예쁘다! 한 번 더 마주치면 좋겠어. 토스카나에서 좋은 시간 가져!”

아름다운 밤이야. 이 사진들 정말 아름답다!! 좋은 추억 정말 고마워.”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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