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도서관

글·사진 구선아(작가, 책방 연희 대표) 

 

 

배우 심은하를 멜로 퀸으로 만든 영화 두 편이 있다. 두 편 모두 1998년 개봉한 영화로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이다. 그 중 <미술관 옆 동물원>은 각기 사랑에 아픔이 있는, 동물원을 좋아하는 남자와 미술관을 좋아하는 여자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사랑을 싹틔워가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도 동물원이 아닌 미술관을 처음 찾았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미술관을 들락거리게 된 것이.

한때 미술관 좀 다닌 나는 보고 싶은 전시가 생기면 곧잘 미술관을 향한다. 하지만 전시를 관람하는 일 외에 미술관 부대시설에 크게 관심을 둔 적은 없다. 전시를 보고 미술관을 나오기 바쁘다. 그러나 우연히 들른 한 미술관에서 어느 도서관 부럽지 않은 장서와 마주친 뒤엔 책을 보러 종종 미술관에 들르게 되었다.

미술관은 전시를 열고,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 외에 아카이빙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연 국내 최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근현대 미술을 수집 및 보존하며, 그 결과를 대중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과천관은 2013 10월 과천 미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미술자료의 관리 및 보존과 연구 활동 지원, 미술정보 서비스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근현대미술가의 스케치, 드로잉, 작가노트, 사진, 편지, 브로슈어 등의 자료를 정리하고, 열람 서비스를 운영하는 특수자료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미술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술도서실을 운영한다. 서울관 역시 아카이브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 2월 서울 디지털정보실을 개소하여, 미술자료의 수집, 관리, 보존 외에 아카이브를 통한 전시, 디지털 자료와 원본 자료의 열람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소장하고 있는 사진, 영상 등의 디지털 자료와한국 현대미술가 파일등을 보유하며 각종 아카이브 전시를 여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동시대 현대미술의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도서관도 운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미술과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혹은 창작자에게 연구의 공간이자 영감을 주는 도서관이 있다. 예술 전문도서관이라 해도 좋을 디지털도서관이다. 디지털도서관은 전시관과 분리되어 교육동 1층에 자리한다. 도서관의 한 면이 정동도서관에서 미술관 방향으로 나 있는 길에 면하고 있어 밖에서 보면 또 다른 전시관처럼 보인다.

아직은 푸르른 잔디밭을 지나 교육동 로비에 들어서면 아카이빙 전시실로 통하는 입구가 있고, 로비엔 작은 아카이빙 전시가 상시로 진행되고 있으며, 예술 관련 추천 도서를 안내하는 스크린이 있다. 미리 신간 또는 추천 도서를 확인하고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그럼 가방과 큰 소지품을 보관함에 넣은 후 디지털도서관에 입장해 보자.

디지털도서관은 미술과 예술, 건축, 디자인은 물론 조각, 회화, 비엔날레, 지역전시 등 예술의 키워드를 세분화하여 서적과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공간은 긴 ㄱ자 형태로 입구 쪽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전시의 도록과 관련 자료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미처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 뒤로 주제별로 도서가 꽂힌 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검은색 서가는 하얀 벽면과 천장, 밝은 도서관 분위기와 깔끔하게 잘 어울렸다. 서가의 책들은 십진분류법이 아니라 미술과 예술을 중심으로 하위분야를 세분화해서 정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예술은 미술, 건축, 조각, 회화, 디자인 등으로, 미술은 미술교육, 미술행정, 미술관, 미술전집, 전시 등으로 내려가는 형태다. 또한 국내 서적과 해외 서적을 구분하지 않고 각 분류 키워드에 따라 함께 정리하고 있어 관심 분야의 책 발견이나 맥락적으로 책 찾기가 가능하다.

공간 한 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햇볕이 서가 사이까지 깊이 들어와 다른 도서관보다 내부가 밝다. 해가 맑게 뜬 날, 비가 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 날씨에 따라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오늘은 가을 하늘과 맞닿은 마당과 이어진 느낌이다. 외부도 내부도 아닌 중간 경계에 선 곳이랄까.

중심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 서가에는 푹신한 소파가 놓여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오른편에는 책을 열람하고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개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였다. 단순 열람과 연구나 자료를 찾기 위해 온 이들을 나누기 위함이겠다.

그리고 공간의 중간쯤 왼쪽으로 공간이 꺾이며 정기간행물과 비정기간행물, 해외 자료가 있는 서가가 나온다. 40여 종의 국내 정기간행물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으며, 2010년부터 최근까지의 과월호도 열람할 수 있었다. 그 옆 책 테이블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해외 정기간행물 수십 종을 갖추고 있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미술, 예술, 건축, 디자인 관련된 간행물은 모두 찾을 수 있다.

천천히 살펴보니 전시자료와 도록, 작가 자료는 그 어느 예술도서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국립현대미술관 외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지역 국공립 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자료와 대구, 경주, 대전, 군산, 포항 등 지역 전시도록까지 찾을 수 있으며, 국내외 유명 비엔날레 자료도 연도별로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과 동명인, 12년 전의 부산비엔날레 도록 『두 도시 이야기 : 부산- 서울, 서울-부산』과 광주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도록도 빼곡하다. 서점과 도서관이 가장 다른 점은 희귀한 전문서적과 판매하지 않는 자료를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인데 디지털도서관은 그 몫을 단단히 해나가는 중이었다.

평일 오후, 도서관에는 집중하는 눈빛의 몇몇 사람이 보였다. 그중 두 명의 외국인은 추측건대 아티스트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전시 자료를 훑고, 노트북에 빠르게 메모하는 손길이 매우 진지했다. 나도 서가를 둘러보며 흥미로운 책을 살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단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집이었다.

미국 독립 실험영화 감독인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와 남아공 미디어 아티스트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전시도 관람했던 나였다. 요나스 메카스의 전시는 영상과 사진, 사운드 설치로 이뤄졌었다. 전쟁의 기억과 영화에 대한 질문, 우정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행복이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찰나를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나는 덧없이 찰나에 사라지는 순간을 이미지로 혹은 영상으로 포착하는 그의 방식을 좋아한다. 글이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는 것이라면, 이미지는 사라지는 순간과 함께 남는 것 같다. 그 영상과 사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의 생각을 텍스트로 만나니 그때로 돌아가 전시를 이어 보는 느낌이다. 윌리엄 켄트리지 전시 역시 2016년 서울관에서 보았다. 사회적 메시지를 다양한 매체로 담아내는 방식과 서사의 실험적 확장이 매혹적이었다.

한창 책으로 전시를 읽어 내려가던 때, 로비에서 다소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여긴 하는 곳이에요?

예술 관련 도서와 자료를 보실 있는 디지털도서관입니다

아무나 들어가도 되나요?

, 그럼요

우리 들어가 볼까?

아직은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미술관 옆 도서관이다. 시각적인 매혹이 가득하고, 지적인 심취가 가능한 곳,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도서관. 미술과 예술에 관심 있다면 꼭 한 번 찾길 바란다. 삶에 영감을 주는 공간임이 틀림없으니.

나는 또 어느 날 갑자기, 계획 없이 삶의 영감을 찾아 미술관 옆 도서관에 들러야겠다.

 





 

[출처] 월간 비블리아 (Bib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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