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시장을 향한 기아의 도전

K900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대한 기아의 대답이지만, 아직까지는 영국에 팔 계획이 없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마크 티쇼(Mark Tisshaw)가 확인해본다
K900이 영국에 공식 수입된다면 기아 UK는 어림잡아 7만 파운드(약 1억143만 원)의 가격표를 붙일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시작가는 7만4435파운드(약 1억785만 원)다

 

몇 년 전만해도 BMW M의 전 수석 엔지니어가 개발한 기아의 V6 트윈터보 엔진 스포츠 세단이라면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처럼 치부됐다. 그러나 스팅어는 회사가 처음 시도한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런 맥락에서, 5100mm 크기에 V8 엔진이 올라간 기아의 네바퀴굴림 고급 세단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경쟁한다는 것은 이전처럼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믿기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입안에서 뒹굴던 밥알을 뱉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런 차가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이 차는 몇 년 전부터 먼 곳에서 기아 모델 라인업의 일부였다. K900은 사실상 S-클래스에 대응하기 위해 기아가 내놓은 차다. 한국에서는 K9로 알려져 있지만 수출할 때는 다른 이유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 이미 2세대에 접어들었고, 라인업의 정점에서 기술을 집대성한 차로 올 여름에 한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대다수 한국인 소유자들은 뒷좌석에 앉아 K900을 경험한다

 

이 차는 현대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그 브랜드의 G80 세단에도 쓰일 새로운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공유한 첫 차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전반에서 갖는 중요성이 크다. G80 세단은 기아 브랜드 차보다 수출시장에서의 매력이 더 클 것이며 유럽 본토와 영국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K900은 중동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기아 브랜드를 단 차가 S-클래스와 경쟁하는 것은, 차 자체의 뛰어남이나 스팅어 이후 누리고 있는 높은 명성과 관계없이 아직까지 충분한 신뢰성을 얻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이 차를 직접 몰아보기 전에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 봤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뒷좌석에 앉아 K900을 경험한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충분한 실내 공간부터 느낄 것이다. 많은 조절 기능을 갖춘 커다랗고 편안한 좌석과 넉넉한 승차감도 마찬가지다. 럭셔리하다는 느낌보다는 프리미엄 쪽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10년 전 아우디 A8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사항은 모두 갖췄지만 실제로는 모두 그만큼 특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K900의 길이는 5120mm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6mm 더 길다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쪽은 운전자다. 운전석에 앉아서 V8 엔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K900의 힘은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힘을 내는 5.0L 엔진에서 비롯되며, 무척 매끄럽게 변속되는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 0→시속 100km 가속을 5.5초에 끝내기에 충분할 정도다. 물론 고성능 차는 아니다. 오히려 V8 엔진은 다른 방식으로 조율되어,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로 교통 흐름 속을 빠르고 수월하게 미끄러지듯 달리게 해주는 부담 없는 성능을 이끌어낸다.

 

엔진은 울부짖거나 으르렁거리는 대신 차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존재감을 표현한다. 다만 승차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호화롭지 않다. 기본적인 차체 제어 특성은 훌륭하지만, 심지어 도로에서 가장 덜 거칠어보이는 요철에서조차 충격을 처리하는 방법은 그렇지 않다. 이상한 점은 뒷좌석에서의 느낌과는 대조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섀시 엔지니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이 바로 그곳일 것이다. 이 차는 한국 내수 시장용으로 만들어져, 튼튼한 전천후 타이어와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한국의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을 고려해 서스펜션을 조율했다.

 

실내는 설득력 있는 프리미엄 느낌이 있다

 

V8 5.0L 엔진은 요란하기보다는 수월하게 힘을 낸다

 

미국 및 다른 시장을 위한 튜닝은 다르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불편한 앞좌석 승차감이다. 퀼트 처리한 나파 가죽과 천연 원목(너도밤나무와 물푸레나무 장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으로 꾸민 앞좌석 공간은 뒷좌석보다 더 흥미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원목은 원목 느낌이, 금속은 금속 느낌이 뚜렷하고, 모든 것이 프리미엄다운 사고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런 표현은 도어 포켓 안쪽에도 이어지는데, 실내 나머지 부분들처럼 촉감이 좋다.

 

 

몇몇 영리한 기술도 갖추고 있다. 사각지대를 경고할 뿐 아니라 디지털 계기판에 사각지대가 카메라 영상으로도 나타난다. 반갑고도 유용한 안전장비다. 마찬가지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도 멋지다. 그래픽이 다른 기아차들과 같다는 점이 품질에 대한 인식 수준을 떨어뜨리기는 해도,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K900은 차에 탄 사람을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의 교통흐름은 마음 약한 사람이 감당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차로는 수시로 뒤바뀌고, 사람들은 교통흐름이 원활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작정한 듯 공격적으로 섰다가 출발하는 느낌이다.

 

한국 시장용 모델은 시승차의 거친 승차감 때문에 부분적으로 나쁜 평을 들었다

 

그럼에도 K900에 타고 있으면 그런 것에 신경을 쓰거나 짜증낼 일이 거의 없다. 그런 특징이 모든 럭셔리 모델이 해야 할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K900은 기아가 고급차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청사진, 혹은 럭셔리 승용차 제조업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같은 그룹의 형제 브랜드인 현대가 거의 절대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승용차 라인업을 완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반영하는 쪽에 더 가깝다.

 

 

그렇기는 해도 세계는 이 차에게 가혹한 곳이 아니다. 승차감을 빼면 나는 이 차를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여러분이 한 가지 의문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과연 기아가 S-클래스 같은 차들의 진정성 있고 믿음직한 대안이 될 만한 차를 내놓는 위치에 오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10년이 조금 넘는 세월동안 기아가 이룬 놀라운 진보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고의 브랜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스팅어를 놓고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힘>

 

K900이 전시된 살롱 드 K9는 서울의 최신 유행을 엿볼 수 있는 지역에 있는 십여 개의 다른 최고급 럭셔리 승용차 전시장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희망 구매자들은 그곳에 들러 차에 관해 알게 되고, 가죽을 느껴보고 원목 장식을 만지며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차를 살 수 없다.

 

구매하려면 반드시 더 평범한 모습인 바로 옆의 기아 딜러로 가야 한다. 이곳은 세련된 ‘브랜드 공간’이지만, 지나치게 프리미엄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보수적인 차체 색을 입힌 여섯 대 이상의 K900으로 채워진 곳에서, 한국인들은 모든 선택사항을 확인하려 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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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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