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 없는 패션

글 사진 김기돈

모피 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밍크 60마리가 필요하다. 너구리는 50마리, 새끼 하프물범은 8마리, 여우는 20마리, 족제비는 125마리, 토끼는 35마리, 고양이는 24마리가 희생된다. 모피 산업 규모는 해마다 늘어 2015년 8,400만 마리에 이른다. 모피 가운데 85퍼센트가 밍크와 북극여우, 라쿤 같은 동물을 공장식 사육으로 얻는다. 나머지 15퍼센트는 코요테나 비버, 물범,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이다.


 

채식하는 호랑이가 되다

세계 곳곳에서 인간 옷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물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의 피부는 천이 아니다’, ‘동물의 털은 당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양윤아(37세) 님은 동물들이 고통당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로 일했다. 동물 학대를 고발하고 위험에 빠진 동물들을 구하는 일에 힘을 보탰다. 겨울마다 모피 반대 캠페인을 이끌었다. 중국과 필리핀 모피 자료도 보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모피를 많이 소비하는지도 알게 됐다.

“모피는 물론이고 울도 잔혹하게 채취하는 것을 알게 되니까 동물성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이런 산업에 동조하는 셈이더라고요. 울이나 앙고라가 들어 있는 제품은 사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1퍼센트라도 들어있지 않은 게 없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다. 도자기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패션 브랜드 회사에서도 일했고, 5년 여 다양한 패션 관련 일을 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명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 동물보호에 눈을 뜨고, 패션 때문에 고통당하는 동물을 위해 고민 끝에 ‘잔혹함 없는, 동물 없는 옷,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옷’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건 패션 디자이너로 생명을 존중하며 동물과 공존하는 브랜드를 꿈꾸기 시작했다. 2016년 봄, 비건타이거를 시작한 이유다.

‘동물학대 없는 패션으로 지구지킴이가 되자!’는 생각을 브랜드에 담았다. 비건 패션은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와 잔인함으로부터 자유로운 패션을 통해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비건타이거’라는 이름은 양윤아 님 별명에서 따왔다. “왠지 채식하면 명상하고 차분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저는 바로바로 표현하고 추진력 있고 활발하거든요. ‘채식하는 호랑이’ 같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강한 브랜드 느낌을 담았다.

비건 패션은 동물소재를 전혀 쓰지 않고 옷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식물성 소재만 생각하기 쉽지만, 합성 소재라도 동물 착취 없이 생산된 소재라면 쓴다. 모피나 가죽, 실크, 동물뿔 단추까지 모든 부자재 하나하나 동물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비건(채식)’을 식문화나 화장품 뿐 아니라 패션에도 적용한 것이다. 채식도 선택에 따라 먹는 방식이 다양하듯 비건 패션도 사람에 따라 가죽이나 모피만 안 입을 수도 있고, 울이나 실크, 뿔단추까지 넓힐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피 소비량이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되레 늘고 있다. 요즘 유럽이나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동물권’에 초점이 맞춰있다. 우리나라는 대안 영역에서 공정무역이나 환경권에 더 무게 중심이 있다. 비건타이거는 ‘내 선택이 직접 동물들 생명을 지키고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업을 하면서 첫 수익금 일부를 멸종위기 호랑이 보호 활동에 후원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호랑이와 사진 찍는 산업이 성행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약물 투입하고 발톱 뽑아 야생성을 빼앗아 버렸어요. 덩치 큰 고양이가 돼버린 거죠. 호랑이가 너무 인형처럼 앉아있는 거예요. 너무 가슴 아프고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더라고요.” 봄과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옷에 ‘본 투 비 와일드’(야생으로 태어났다)라는 문장을 넣어 ‘우리는 동물학대 하는 여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해에는 그린피스와 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했어요. 고양이도 모피로 많이 쓰고 길고양이들 살기 어려우니까요. 조금씩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면서 연대하는 거죠.”   

입는 채식을 하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옷이나 소비재를 바꾸는 것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울 소재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채취되는지, 모피나 가죽을 가공할 때 일어나는 환경오염에 대해 잘 모른다. 비소 같은 발암물질에 노동자 50퍼센트가 노출되는 상황을 안 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성분표를 보면 소재를 알 수 있고, 뿔단추를 썼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남성복이나 고가 브랜드에 동물 뿔단추를 정말 많이 쓰거든요.”

실크도 원래 천연 소재인데 상품성 때문에 탈피 전 고치를 삶고 화학처리 해 실을 뽑아낸다. 실크가 산업화하면서 대량생산 체계 탓에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실크 원피스 한 벌을 만들려면 누에고치 천 개가 필요해요. 실크라는 소재가 환경문제 뿐 아니라 엄청난 희생을 전제하고 있는 거죠.” 동물이나 생명의 크고 작음을 떠나 사람이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가며 옷을 입을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한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옷을 오래 입는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흐름이 있다. 중고등학생들도 용돈 수준에서 옷을 싸게 살 수 있고, 한철만 입으면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오래 입는 게 멋져 보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윤리적인 가치를 바탕에 두면서도 멋져 보이는 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건 패션이 걷는 방향은 실제로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대안이 꾸준히 시장에 나와야 한다. 문화가 바뀌려면 특별히 윤리적이거나 동물과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고 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모피를 선택하던 사람들이 만족하며 대체할 수 있고, 울이나 가죽, 실크를 소비하던 사람들이 쉽게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비건타이거가 인조모피, 인조가죽 같이 동물성 제품을 재현했지만, 품질 자체로 만족하고 매력 있는 디자인으로 다가서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편으로 화석연료로 만든 화학섬유가 생산 과정에 일으키는 환경문제가 분명 있다. 모든 생산 활동에는 어느 정도 환경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동물권에 초점을 두고 생산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우선 동물권에 초점을 두고 다른 대안도 찾기 시작했어요.” 프린트나 나염 같은 것도 최대한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프린트 했다. 더 깊게 살펴보니까 개선해야 할 지점이 계속 나왔다.

“앞으로 재생섬유를 비롯해 친환경 대안을 더 찾아보려고 해요. 지금은 환경이나 동물보호 면을 다 완벽하게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최대한 균형 있는 선택을 하려고 해요.” 

– 이 글은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263호 특집 ‘지구인 패션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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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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