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큐멘터리]CHANEL

 

■ 이슈 소개

 

일흔세 번째 매거진 입니다 

 

“패션 브랜드는 왜 다루지 않나요?” 몇 년 전까지 독자나 지인에게 종종 받던 질문입니다. 매거진 를 창간하고 

가방이나 신발, 선글라스를 다루는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해왔지만, 패션이라는 고전적 정의에 조금 더 충실한 브랜드를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특히 패션 산업의 중심에서 패션 경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요즘 흔히 쓰는 표현으로 ‘하이패션 high fashion’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지요. 메종 마르지엘라와 아크네 스튜디오를 소개며 그 영역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이번 호에 패션은 물론 뷰티와 화인 주얼리 영역까지 아우르는 브랜드샤넬을 소개함으로써 매거진 는 패션 브랜드의 원형과 그 진화 과정은 물론, 럭셔리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영향력까지 살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니치 niche’로 구분되는 작고 확실한 콘셉트의 브랜드들, 스튜디오나 컬렉티브, 랩 등의 형태로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시대에서 하나의 패션 제국에 가까운 샤넬을 살피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흥미로운 점은 샤넬 역시 20세기 초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금기와 전형을 깨는 발상을 통해 브랜드를 시작하고 성시켰다는 것입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 디자이너로 특정 뮤즈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디자인했고, 코르셋과 화려한 장식으로 대변되던 당대의 패션에 모더니즘이라는 개념을 심었습니다. 또 자신의 주변에서 영감을 주는 많은 것을 표식처럼 활용했는데,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더블 C 로고’ 역시 그 산물 중 하나입니다. 향수와 핸드백 이름에 각각 5와 2.55라는 숫자를 붙인 것 역시 시대를 앞서간 감각이라 할 수 있지요. 

 

가브리엘 샤넬은 이처럼 실험가이자 혁명가인 동시에 로맨티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로맨티스트란 연인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의미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 곳곳에 있는 여러 대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여행차 방문한 도시, 새롭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어 창작의 대상에 그대로 녹여냈습니다. 트위드 소재와 진주, 까멜리아, 퀼팅 패턴, 사자 등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기호와 상징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현재 샤넬 패션의 수장인 칼 라거펠트를 통해 진취적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죠. 고급 패션을 지향함에도 엘리티즘 특유의 냉소보다 낙관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삶에 대한 주체적 태도를 패션으로 완성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패션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하나의 축으로 프랑스와 유럽의 도시에 뿌리내린 공방에 주목했다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샤넬은 단추와 깃털, 자수, 금속, 모자 등을 다루는 26개의 공방을 몇 차례에 걸쳐 인수해 ‘파라펙시옹’이라는
공방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방 연합은 샤넬에 창작의 보고가 되는 것은 물론, 여타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도 공방 장인의 기술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방 스스로 경쟁력을 지니도록 몇몇 공방은 자체 부티크를 두고 직접 고객을 상대하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샤넬이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패션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프런티어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속한 생태계를 가꾸는 일이 곧 브랜드의번영으로 이어짐을 누구보다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겠죠. 우리가 열광하는 작은 규모의 혁신적 브랜드들이 이러한 브랜드가 다진 토양 아래 성장하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출처] 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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