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꽃이 이어준 인연들 / 정주희, 플로리스트

 

언젠가 꽃집을 하고 싶었어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꽃집 할머니가 어린 시절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꼬마였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 혹은 들어갔을 무렵부터 나중에 꽃집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왜 할머니가 되었을 때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여유로워서 돈은 벌지 않아도 괜찮은, 그저 꽃을 나누어주는 꽃집을 하고 싶었다.

, 선생님, 동화 같은 이야기에요.”

, 그러네.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꿈을 지닌 아이였구나.

 

다행히도 생각보다 빨리 절반의 꿈은 이룬 셈이랄까. 아직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은 건 아니니 말이다. 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학생은 어떻게 이 일을, 꽃을 가르치는 일을 10년이 넘도록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꽃을 가르치는 일, 거기서 더 올라갈 곳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쎄. 나를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잘 맞고, 무엇보다 작업실에 와서 꽃을 만지는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 기분이 너무 좋다. 나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준비해주는 꽃으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꽃을 통해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꽃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나의 학생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맴돌았던 생각의 끝은 그저 덕분에 매일 아름다운 꽃과 함께하는 인생이어서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

아침 시장에서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싱싱하고 예쁜 꽃들을 잔뜩 고른 후 채우고 바라 보는 순간도,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의 꽃들을 각각 골라서 서로 어우러지게 하나로 어레인지 한 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도. 그리고 내 꽃을 좋아해 주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수업이 끝나고 오롯이 꽃과 나 둘이 조용한 작업의 시간을 갖는 것도 너무 좋으니 말이다.

어제는 작업실에 오셨던 어떤 분이 이렇게 물으셨다.

이렇게 예쁜 꽃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은 어때요? 매일 보면 예쁜 지도 잘 모르시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놀라워서 같은 꽃도 매번 달리 보이고, 매일 새롭게 예쁘다. 피어나는 모습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하다못해 오전과 오후의 빛에도 달라 보인다. 절대 질리는 법이 없어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하염없이 흐른다. 너무 예뻐서 너는 어쩜 이렇게 예쁘니하고 말을 걸게 될 때도 있고, 작은 몽오리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눈을 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처럼 뿌리는 없지만 살아있는 아이들.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주는 존재들을 보살펴주고 예쁘게 자리 잡아 주는 게 일이라니 이건 정말이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이 감사함을 잃지 않고 더 아름다운 꽃들과 행복한 소통을 하고 싶다. “언젠가 꽃집을 하고 싶었어요라는 어릴 적 바람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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