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큐멘터리]방콕

 

■ 이슈 소개

 

일흔네 번째 매거진 <B>입니다.

 

‘글로벌 시티즌 global citizen, 혹은 ‘글로벌 노마드 global nomad’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외국어 능력은 물론이고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서로 다른 사고와 문화를 끌어안으며, 집단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거창한 구호처럼 들리는 ‘글로벌’은 차치하고라도, 언급한 자세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덕목이 될 것입니다. 5G와 사물인터넷 등이 대두되는 ‘초연결 시대’에서 고전적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은 구태의연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 형태의 스포츠가 이전만큼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방증합니다. ‘초연결’이란 물리적·사회적 경계를 뛰어넘어 ‘마이크로’한 개체로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돌이켜보면 매거진 <B> 역시 이런 요구에 걸맞는 매체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 잡지라는 규정과 출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컨텐츠를 만들려 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모여 만들고 있다’라는 사실은 귀중한 가치이자 정체성이지만 잡지 안에 담을 컨텐츠는 그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죠.

 

다섯 번째 도시 이슈로 소개할 방콕은 글로벌 시티즌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나 경제 규모, 사회 인프라와 같은 지표에서 방콕을 압도하는 여러 메가시티가 있지만,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질 면에서라면 이 도시는 상당히 앞서 있죠. 취재를 위해 일주일 넘게 방콕 곳곳을 누비고 온 에디터들의 후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온도의 매너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갖추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데 능숙한 방콕 사람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죠. 이렇듯 방콕은 취재차 방문한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비즈니스맨, 한 달 이상 체류하는 베낭여행객, 휴양 목적의 단기 여행자 등 갖가지 유형의 방문자에게 알맞은 목적지가 되어줍니다. 이를 곧 도시 고유의 색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필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죠.

 

사원이나 화려한 밤문화, 푸껫 등의 인근 휴양지 같은 클리셰로 방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거진 <B>는 이런 방콕의 ‘태도’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대대로 이어온 문화유산과 예술적 안목, 탁월한 상업 감각과 기술력은 좋은 브랜드와 도시를 만드는 밑거름이지만 태도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사회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사람들은 객관적 지표보다 태도로부터 비롯된 비전을 믿게 되니까요. 매거진 <B>가 그간 소개한 브랜드 중 태도를 파는 데 집중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 태도는 여러 가치를 담고 있죠. 위워크의 “Do What You Love, 파타고니아의 ‘Live Simply, 반스의 ‘Off the Wall’ 처럼요.

 

그렇다면 방콕이 지닌 태도는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적응’이 이 도시를 설명하는 효과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재단하기보다 시도하고 경험하며 실전에 적응하는 것,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적응자’의 자세가 다층적 도시 방콕을 만든 셈입니다. 만약 이 도시가 무언가를 선도하고 현답을 찾으려고만 했다면 글로벌 기업의 6성급 호텔과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로 운영하는 소규모 호스텔의 공존, 그리고 길거리 음식과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사이의 흥미로운 격차를 볼 수 없었겠죠. 이 책을 펴낸 후 저는 방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기꺼이 눈과 귀를 열어보려 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이러한 순응주의자가 바꾸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출처] 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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