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꽃으로 살아가다 / 박원준, 플로리스트

플로리스트 박원준입니다. 남자 플로리스트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색해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플로리스트 경력 20년 차, 강의를 한 지는 13년 차, 인사말로 늘 입에 붙은 말이다. 지금은 어색해 하는 사람들보다 반가워하고 호기심 가득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플로리스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열아홉 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꽃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특별한 날에만 봐왔던 꽃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일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한번은 늦은 밤에 꽃을 가득 싣고 꽃집으로 배달을 가는 중이었다. 새벽에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이 차를 세웠다. 측정이 끝난 후 창문을 닫는 순간, 경찰관은 창문을 두드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굳은 인상의 경찰관.

아저씨 저 술 안 마셨어요!”

당시 어렸던 내가 무서운 마음에 무심코 먼저 뱉은 말이다.

아내한테 선물하고 싶은데 장미 한 송이 살 수 있나요?”

경찰관은 전혀 예상과는 다른 질문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워 보였던 경찰관이 꽃을 받으며 보여준 수줍은 미소는 큰 감명과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그 순간은 내가 처음 꽃을 판매한 순간이자 누군가를 미소 짓게 만든 감동의 순간이었다. 꽃이 주는 행복, 그 무한한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 후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학 동안 잠깐이나마 꽃과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리움은 왠지 모를 확신으로 이어졌다. 마음을 뜨겁게 해준 꽃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 아버지에게 조언을 받은 뒤 꽃집을 차렸고, 한 올 한 올 연결된 꽃과의 인연으로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스무 살 젊음의 열정으로 오픈한 작은 꽃집은 정신없이 바빴지만 활기로 넘쳐났다. 규모도 점점 커지고 직원까지 생겨났는데, 그렇게 일과 꽃 공부를 병행하면서 독일 플로리스트 과정을 수료했고, 어느덧 특급호텔 웨딩 실장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각종 국가 행사 작업과 꽃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화려한 것만 쫒던 그 시절, 플로리스트 공부의 마지막 단계로서 독일 플로리스트 마이이스터가 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수업이 끝난 뒤 늘 다니던 산책길에는 주유소가 하나 있었다. 주유소의 한구석에는 포장되지 않은 꽃들이 꽂혀있었는데, 매일 지나다닐 때마다 주의 깊게 그곳을 살펴보곤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주유를 하러 오면서 꽃도 함께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던 나는 어느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하게 되었다.

주유소에 포장이 안 된 꽃들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걸 봤어요. 그분들은 왜 구입하는 건가요?”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 떨어지면 물을 사지 않니?”

그 답변은 나에게 커다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꽃이 매일 마시는 물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과 밀접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꽃이 스며들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아가 겉보기에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학원을 창업했는데, ‘살아가다라는 뜻의 독일어 레벤(Leben)을 따와 레벤플라워라고 이름 지었다.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꽃. 열아홉 살, 꽃만 봐도 마냥 행복했던 그때처럼 전문 플로리스트가 아닌 분들도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만들고 싶다. 꽃을 다루는 방법부터 오랫동안 볼 수 있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오늘도 나는 좋은 디자인의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방법이 무엇일까고민하고 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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