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공들이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장면 1. 20대 여성 ㄱ씨.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켠다. 평소 팔로하던 인플루언서가 착용한 신상 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댓글로 물어본다. “언니, 이거 뭐예요? 어디서 샀어요?” 인플루언서가 DM(인스타그램 내 메시지 기능)으로 구매 방법을 안내해준다. 구매 완료! 입을수록 마음에 든다. 이 인플루언서가 입은 옷이 담긴 사진들을, 저장 기능을 활용해 갈무리해둔다. 

 

장면 2. 30대 여성 ㄴ씨. 평소 구독하고 있던 인플루언서가 공구(공동구매) 이벤트를 열었다.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제품인데, 이 인플루언서를 통하면 20% 더 싸게 살 수 있단다.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구매 링크를 타고 들어가 구매 완료!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거대한 쇼핑몰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리고 소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까지 확장되었다. 10여 년 전 등장한 ‘소셜 커머스’가 자체 사이트에서의 가격 할인을 매개로 급성장했다면, 2019년을 강타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는 진짜 ‘소셜 미디어 커머스’라 할 만하다. 


인기 있는 일반인을 일컫는 단어인 ‘인플루언서’가 변화의 핵심에 있다. 적게는 몇만, 많게는 수십만, 수백만의 팬을 보유한 이들 인플루언서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임블리’는 40~50대에나 익숙할 것 같은 쑥 에센스를 20대 여성들의 ‘핫템’으로 만들었다. 그가 출시한 ‘인진쑥 에센스’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최근 호박즙 논란으로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지했으나, 인진쑥 에센스를 비롯해 임블리가 지난해 거둔 총매출은 17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후문이다.


1세대 얼짱 출신 인플루언서 ‘오늘의 하늘’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가 운영 중인 쇼핑몰 ‘하늘하늘’은 2014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존슨앤드존슨의 리스테린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인플루언서들의 매출 견인 효과를 지켜본 기업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일례로 뷰티 로드숍 브랜드 ‘미샤’는 떠오르는 뷰티 인플루언서 ‘홀리’를 통해 ‘개똥쑥 에센스’를 판매했다. 마침 홀리의 계정이 해킹되었다가 되찾는 등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타이밍에 협업이 진행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샤 측이 준비한 물량 3000개는 순식간에 완판되었다. 

인플루언서 중심의 소셜 미디어 커머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이들은 팬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는 인기인이면서, 동시에 친근한 존재다. 인플루언서는 연예인에 비견되는 인기와 명성을 누리지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만날 수 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일반인이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거나 DM을 보내도 답을 받을 수 있다. 라이브 방송이나 스토리에 질문을 던져도 전부는 아닐지언정 연예인보다는 친절하게 응대해준다. 일상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롤모델이자 동경의 대상이지만, 좀 더 친근하기 때문에 더 믿고 따를 수 있다.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팬들이 호감을 갖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둘째, 이들은 브랜드 메시지를 유통하는 채널이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로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이들이 전달하는 브랜드 메시지와 이들이 생산하는 일상 콘텐츠는 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 팔로어들에게 두루 유익하다. 만약 인플루언서가 올리는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인플루언서는 본인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린다. 팔로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도적으로 큐레이션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기에 구독을 꾸준히 유지한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꾸준히 확대 재생산될수록 구매 유도는 쉬워진다.

몇몇 문제점도 규모 커지면서 해결될 것 

셋째,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소셜 미디어는 높은 가성비를 갖춘 판매 채널로 각광받게 되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히 깔려 있는 물류망은 인플루언서의 상품 판매를 위한 메시지와 재화 도달 범위를 사실상 나라 전체로 확대하는 데 한몫했다. 덕분에 인플루언서는 홈쇼핑이나 방문판매 등 전통적인 판매·유통 채널의 지위까지 위협하고 있다.

넷째, 비즈니스 운영을 위한 최소 요구치가 급감하고 있다. 물품의 생산을 대행해주는 공장들이 전국 도처에 널려 있고, 이들 사이에서 조건을 협상하며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말한 전국적이고 저렴한 물류망도 여기에 크게 기여한다.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인플루언서를 살펴보면, 생산에 대한 걱정보다 상품 기획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는 저렴한 생산 인프라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제품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팔로어들에게서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다. 피드백이 통찰력으로 이어진다. 팬들은 인플루언서에 어울리는 제품에 더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어떻게 해당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열정적으로 묻는다. 인플루언서 혹은 광고주는 이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다 적절한 기회를 포착해 공동구매나 마켓, 나눔 행사 등을 연다. 이 자리에서 피드백을 좀 더 적극적으로 구하고, 테스트 제품을 홍보해 팬들의 반응을 미리 듣기도 한다. 대량생산 단계 이전에 생생한 소비자 반응을 받아낼 수 있다. 

1세대 소셜 커머스와 달리, 2019년 대한민국의 ‘소셜 미디어 커머스’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며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금맥으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생산의 외주화로 인한 제품 질 저하, 영세한 인플루언서의 소비자 보호장치 미비 등 문제도 있지만, 점차 판매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신뢰 자본을 확대하는 것이 인플루언서 커머스 성공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만 받는, ‘관종(관심 종자)’으로 치부되기도 하던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이 어느덧 팬들과 함께 강력한 비즈니스 관계망을 형성했다. 이제 우리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우리의 비즈니스에 점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관심 있는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구독하며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길 권한다.

[출처] 시사IN(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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