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外傳) / 허병민, Talent Lab 대표

드라마 <하얀거탑>. 나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과하게 애정해서 자주, 반복적으로 시청해와서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장준혁(김명민 분) 때문. 오로지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에만 집중하는 성공·지위 집착남이자 철저한 주연지향형 인간.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꼭 하고야 마는 사람.

가수(발라드 그룹의 멤버, 보컬&작사), 비보이, 작가, 연사, 콘텐츠 기획자, 브랜딩 컨설턴트,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 스타트업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출판사 기획위원, 전문기자, 문학·문화평론가, 라이프·커리어·책 쓰기 코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업문화 자문역, 취업컨설턴트.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의 목록이다. 지금껏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원 없이 다 해본 것 같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 기획·개발 연구소 Talent Lab도 집필, 강연, 코칭, 컨설팅, 기획 등 그간 경험치를 쌓아왔거나 내가 달란트를 발휘해온 일들을 계속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누군가는 부러움을 표하고, 누군가는 내 정체성을 의심한다. ‘그래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되고 싶은 게 뭔데하면서.

살면서 특별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구체적인 관심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는 내 눈앞에 훤히 드러나 있는 현재에 올인해왔을 뿐. 커넥팅 더 닷츠(connecting the dots)라고, 이 일 저 일 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내가 돼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세상에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내 관점도 이 여정을 뒷받침했을 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내가 얻은 건 자신감이지만, 동시에 잃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타자에 대한 의식이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나의 성공에만 집중해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나의 장기적인 비전은 지금 영위하고 있는 활동들을 해외(특히 영미권)에서 하는 것이다. 영어는 네이티브이기에, 몇 년 간 수백 명의 세계적인 해외 석학·리더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온 경험치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진행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세워둔 원칙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그간 충분히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추구해온 나 자신을 조금은 내려놓고 대신 주변, 즉 파트너·동료·고객·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조연의 삶을 지향해나가는 것. 2년 전에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해당 분야의 지식인·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토대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에이전시인 Storm Factory를 세운 본질적인 이유다. 소위 지적인 폭풍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의미인데, 내가 만들어내는 기획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의미와 가치, 감동,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름 명징한 목표가 담겨있는 이름이다.

Talent Lab이 상대적으로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원 맨 쇼에 가까운 사업들을 펼쳐왔다면, Storm Factory도 물론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그 포커스가 오롯이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온 해외의 파트너들과 이분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로 콘텐츠적인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픈 고객·독자들에게 맞춰져 있다. 좀 더 다양한 해외의 파트너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나를 조금은 덜어내는 대신 주변에 좀 더 무게를 얹는 조연의 삶.

물론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발굴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주연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주변에 대한 돌아봄이 결여된 사업 활동은 자기만의 취미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새삼스럽지만 소소하게 절감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내가 Storm Factory세우고 난 후 Talent Lab에서 영위하는 사업들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 이유이자 앞으로 내가 해외 쪽으로 사업을 론칭하는 데 있어 잊지 않고자 하는 최소한의 기본이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포스트 공유하기     
월간에세이 Essay

월간에세이 Essay

정기구독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