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가면을 벗으라


관계의 가면을 벗으라
글 이재훈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스캇 펙(M. Scott Peck)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짜 공동체(Pseudo-community) 속에서 보낸다.”
자신의 진실한 모습으로 서로 관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실제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공동체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을 가리켜 “관계의 가면(Relational Mask)”이라고 부른다. 관계의 가면이란 단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가면을 사용해 온 유형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의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고 그것이 장벽이 되어 다른 사람들도 깊이 알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가면을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쓰는 첫 번째 가면은 관계에 굶주린 나머지 관계 속에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마치 폭식증(bulimia nervosa) 환자와 같다. 관계에 대한 욕망이 탐욕스러울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결코 관계에서 만족감을 누리지 못한다.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 의미 없는 관계들로 배를 채운다.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기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두려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관계 자체를 가면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홀로 있지 못하는 사람은 함께 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사람은 교만할수록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것에 집착한다. 교만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교만은 인정이라는 가면을 만들어낸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있어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교만이다. 죄는 마땅히 친밀해야 할 하나님과 가족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피상적인 관계 쪽으로 이끌어간다. 피상적인 관계이어야 할 사람으로부터 친밀함을 얻으려고 하고, 친밀해야 할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는 것이 관계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쓰는 두 번째 가면은 스스로의 성공과 업적이라는 가면이다. 
관계로 인정받으려는 것과 정반대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관계에 있어서 거식증(anorexia nervosa) 환자와 같다. 이러한 가면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뛰어나고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라는 책을 쓴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열심에 불타는 사람 중에는 통제가 안 되는 성취의 욕구에 사로잡힌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 가까운 사람들과 만날 시간조차 내지 못한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고사하고 결혼, 가족, 친구들과 보통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친밀한 관계는 고통만 가져다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 사이에 언제나 거리를 두고 보호막을 치고 만난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누구와도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로지 성공이라는 업적만 추구하게 된다. 성공을 위해 관계를 희생시킨다. 
위의 두 유형의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한다. 가면을 쓰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관계를 갈망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윗은 시편 131편 2절에서 자신의 가면을 벗었을 때 누리게 된 안정감을 고백하고 있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갓난아기 때는 엄마와의 관계가 모든 인간관계를 결정짓는다. 갓난아기는 엄마 품에 안겨서 영양과 함께 사랑을 공급받으며 관계의 친밀감을 경험한다. 겉으로는 배고픔에 대한 욕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밀함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한다. 갓난아기를 엄마가 충분히 안아주고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 관계에 대한 굶주림 없이 자라나 충분한 친밀함을 가진 안정감 있는 자녀로 자라가게 된다. 
당시 문화에서 젖 뗀 아이는 혼자 걷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아이였다. 젖 뗀 아이의 안정감을 가지고 엄마 품에 있다는 것은 집착이 아니라 친밀한 사랑의 관계라는 것이다. 엄마 품에서 두려워서 절대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집착 단계가 아니라 마음에 평온함과 안정감이 있는 친밀한 관계라는 것이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오히려 관계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가 음식에 대한 욕구를 거부할 수 없듯이 관계에 대한 욕구 또한 거부할 수 없다. 관계는 음식과도 같이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거부해서도 안 되는 것처럼 우리는 관계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거부해서도 안 된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는 관계이다. 젖을 뗀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면서도 젖에 집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고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세워주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함께 있으나 집착하지 않고 또 서로 불편해하지 않고 마음에 평온함이 있는 그런 관계가 되려면 가면을 벗어야 한다.  

이재훈은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이다. CGNTV 이사장, 한동대학교 이사장,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나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은혜가 이긴다」, 「생각을 생각한다」 등이 있다.

[출처] 빛과 소금 + 1개월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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