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우리를 받쳐주는

ⓒEURO Ceramic - Yaki
 
바닥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우리를 받쳐주는
 
흔히 ‘바닥’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주가가 바닥을 쳤다’던가, ‘잔고가 바닥났다’던가. 우리는 주로 ‘아래’, ‘최저’의 의미로 바닥을 사용하지만, 우리 발밑의 바닥이 없다면 서거나 앉고 걸을 수조차 없다. 우리는 종종 바닥을 무시하고 그 존재를 미처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바닥은 물리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공간 안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을 딛으면서부터 화장실, 주방, 집 밖을 나서 대중교통, 회사, 식당 등 하루 종일 수많은 공간에 들어서며 그곳의 바닥을 밟는다. 바닥은 감히 천장처럼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거나 벽처럼 당돌하게 마주 서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를 받쳐주고 있다. 그리고 바닥은 우리의 조상이 단단한 대지 위에 두 발을 딛고 서면서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묵묵하고 겸손히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해왔다.
 
Ⓒ EURO Ceramic - Terrazzo Bucchero
 
초기 단계의 집은 바닥보다는 천장이나 벽체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집을 지음으로써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인 추위와 포식자, 비와 눈을 막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닥은 흙, 짚, 건초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우리가 바닥으로 눈을 ‘내린’ 것은 천장과 벽이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루고 나서부터다. 외부의 환경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바닥재는 질병이나 습기에 취약했고, 집을 지을 때 바닥 역시 벽체나 천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 OOIIO Arquitectos - Casa GAS
 
약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석조 건축물을 지으면서 석재 타일에 색을 입혀 ‘모자이크’ 패턴을 최초로 사용했다. 이는 실내 공간에 별도의 작업을 통해 가공한 장식용 바닥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 FAIRMONT QUASAR ISTANBUL
 
한편, 로마제국(기원전 27세기 - AD 476년)의 건축가들은 건축물의 석재 바닥 아래에 작은 공동(空洞)을 만들어 그 아래에서 불을 지피는 방식, ‘히포카우스툼(hypocaust, 하이포코스트)’을 고안했다.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방식 ‘온돌’과 비슷한 형태다. 세라믹 타일은 한때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수 세기 동안 제작법이 유실되었으나, 1800년대 중반 유럽에서 다시금 부활해 오늘날까지도 화장실, 주방의 바닥에 사용되고 있다.
 
Ⓒ Estudio A0 - Casa Ortega
 
목재 바닥재는 중세시대 목조 건축물을 지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초에는 바닥에 널빤지를 가로질러 대는 단순한 형태였지만, 곧 돌이나 금속으로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은 목재를 바닥재로 사용하게 됐다. 그 후 미려한 장식적 요소가 가미된 것은 바로크 시대(1621-1714), 예술적인 프랑스 세공과 상감 세공 패턴이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부터다. 당시의 장인들은 나무 조각을 손으로 깎고 끼워 맞추면서 각각의 패턴이 입체적인 대조를 이루도록 했으며, 염료를 통해 미려한 색의 차이를 뽐내기도 했다.
 
Ⓒ PARADISE SEGASAMMY Co. Ltd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Pazyryk carpet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물 러그라고 알려져 있다. 카펫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동과 아시아 지역 등 세계 곳곳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페르시아 Safavid 왕조(1502-1736) 시기에는 카펫 짜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였다. 당시의 패턴들은 오늘날에도 애용되고 있으며, 여전히 고가의 장식품으로 거래된다.
 
Ⓒ EURO Ceramic - Yaki
 
우리는 모두 바닥을 밟고 있다. 그리고 지구상에 중력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바닥을 밟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밟고 있는 바닥은 어떤 소재인가? 원목? 타일? 혹은 대리석이나 카펫? 현대 사회에서 집 안의 바닥재에는 수많은 옵션이 있고, 덕분에 우리가 하루 종일 드나드는 모든 공간은 각각 다른 질감과 색의 바닥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는 지난 5,000년간 집 안에 다양한 종류의 바닥재를 사용하면서 쾌적하고 아름다운 실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 Fala Atelier - House in Rua Faria Guimarães
 
다양한 모습으로 발 아래에서 우리를 받쳐주는 오브제.
바닥이다.

[출처] 아이엑스 디자인 ix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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