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만나는 화제의 신보

 

하이든 2032 프로젝트 7집
조반니 안토니니(지휘)/바젤 챔버 오케스트라 Alpha 680

하이든 탄생 300주년을 맞는 2032년까지 시대악기로 하이든 교향곡 전곡 녹음을 완성하는 조반니 안토니니의 ‘하이든 2032’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음반이다. 앞선 4·5집이 그라모폰상과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BBC 뮤직 초이스에 선정되는 등 많은 호평과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번 7집의 주제는 ‘극장지배인’이다. 하이든 교향곡 중 극장 및 극음악과 관련 깊은 9·65·67번과 함께 모차르트 ‘이집트 왕 타모스’를 담았다. 조반니 안토니니 특유의 명쾌한 다이내믹과 악센트, 정교한 앙상블이 빛나는 음반이다.

‘얼리 구스타브 말러’
토마스 햄슨(바리톤)/네멘 예르비(지휘)/에스토니아 국립 관현악단 VAI DVD 4603 (DVD)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지휘자 네멘 예르비가 에스토니아 국립 관현악단과 함께한 2017년 콘서트 실황 DVD. 말러의 음악을 해석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이들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말러 교향곡 1번을 그만의 개성 있는 해석으로 이끌어가는 예르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원래 교향곡 1번 2악장에 속했던 아름다운 곡이지만 오늘날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블루미네(Blumine)’를 들을 수 있다. 토마스 햄슨의 음성으로 울려 퍼지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Songs of a Wayfarer)’ 또한 가슴을 울린다.

바흐 ‘마가 수난곡’
다비드 시게트바리(복음사가)/조르디 사발(지휘)/르 콩세르 드 나시옹 외 Alia Vox AVSA9931 (2CD)

 

조르디 사발이 드디어 바흐 ‘마가 수난곡’을 녹음했다. ‘마가 수난곡’은 현재 가사만 남아있는 만큼 연주자들의 생각과 시각이 깊이 반영되어 재창조되는 작품이다. 조르디 사발 또한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 코랄 등에서 곡을 모아 연주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더했다. 헝가리 테너 다비드 시게트바리가 복음사가를 맡았으며, 이 외에도 최근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성악진이 녹음에 참여했다. 조르디 사발의 해석이 짙은 호소력을 뿜는가 하면, 성악과 기악의 이상적인 밸런스가 작품 전체를 온화하고 고요한 빛으로 감싼다.

‘더 월드 오브 한스 짐머’
마틴 겔너(지휘)/빈 방송교향악단/오스트리아 합창단 Sony Classical S80447C (2CD)

동명의 유럽 순회공연을 앞두고 발매된 앨범이다. 자신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한스 짐머가 직접 선정한 24개의 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영화의 잠재된 메시지를 집합적으로 담고 있다. 한스 짐머는 이번 음반을 위해 24곡 모두를 관현악을 위한 교향곡으로 편곡했다.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들었던 신시사이저 기계음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관현악단의 풍성한 화음이 대체한다. 곡을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위해 섬세하게 곡을 다듬은 한스 짐머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음반이다.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5번 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피아노)/아르테미스 콰르텟 Erato 0190295540760

아르테미스 콰르텟이 결성 이후 처음으로 쇼스타코비치 음반을 발매했다. 자신의 이니셜을 사용한 극적인 작품 현악 4중주 5번과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모하는 슬픔과 고통이 묻어난 현악 4중주 7번을 연주하며 쇼스타코비치의 심연을 파헤친다. 무엇보다 아르테미스 콰르텟이 직접 오랜 소원이라고 밝힌 바 있는,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와 협연한 현악 5중주 Op.57이 수록되어 앨범 발매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아름다운 푸가 악장으로 사랑받는 작품을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와 함께 선보이는 아르테미스 콰르텟의 연주는 강렬하면서도 부드럽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60 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피아노) Sony Classical S80448C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닌 피아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조지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슈베르트 음반으로, 네 개의 즉흥곡 중 Op.90 D899와 피아노 소나타 21번 D960, 슈베르트의 가곡 ‘백조의 노래’ 중 4번 ‘세레나데’가 담겨있다. 따뜻하고 서정적인 그녀의 연주 세계는 조국 조지아의 민속 음악과 연관이 깊다고 전해지며, 비평가들은 그녀의 연주 속에 우아한 고독함과 우수에 찬 아우라가 함께 느껴진다고 평한다. 슈베르트의 로맨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쓸쓸한 감성이 선율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슈베르트 ‘송어’ 외
레나 노이다우어(바이올린)/원 샤오 정(비올라)/다니울로 이시자카(첼로)/릭 슈토테인(더블베이스)/실케 아벤하우스(피아노) Avi Music 8553408

독일의 중견 피아니스트 실케 아벤하우스를 주축으로 레나 노이다우어(바이올린), 비원 샤오 정(비올라), 다니울로 이시자카(첼로), 릭 슈토테인(더블베이스) 등 각기 다른 레이블에서 활약 중인 솔리스트들이 함께했다. 앨범에는 슈베르트 불멸의 명작 ‘송어’ 전곡과 함께 송어를 주제로 한 현대 작곡가 5인의 신작을 담았다. 이 중에는 피아니스트로 더 유명한 데얀 라지치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활력 넘치는 신선한 해석과 각 악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연주가 독특한 구성에 흥미를 더한다.

파질 사이 ‘트로이 소나타’ 외
파질 사이(피아노) Warner Classics 0190295504656

터키 출신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파질 세이 자신이 직접 작곡한 작품집이다. 파질 사이는 1994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오디션 우승, 2001년 독일 비평가협회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번 음반의 중심을 이루는 작품은 고대 트로이 유적 인근에서 2018년 초연된 ‘트로이 소나타’다. ‘트로이 목마’ 전설로 유명한 그리스와의 전쟁 등에 얽힌 이 고대 도시 이야기를 10개의 악장으로 구성해 대서사시를 펼친다. ‘움직이는 저택’ Op.72a, ‘피아노의 예술’ Op.66의 2·3번이 수록되어 있다.

포레 가곡 전집
엘렌 길메트(소프라노)/줄리 불리앙(메조 소프라노)/안토니오 피게로아(테너)/마르크 부셰(바리톤)/올리비에 고댕(에라르 피아노) ATMA ACD2 2741 (4CD)

포레가 작곡한 가곡 전체를 작곡가의 지시에 따른 오리지널 조성과 가수의 성부에 따라 완성한 음반이다. 포레의 작곡 의도를 충실히 따른 가곡 전곡 녹음은 이것이 최초이며, 반주에 쓰인 피아노도 포레 당대의 에라르 피아노를 사용하여 시대적인 고증에 완벽을 기했다. ‘꿈꾼 후에’ ‘달빛’ ‘넬’ ‘어부의 노래’ 등 총 108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 곡의 지시된 성부에 따라 소프라노 엘렌 길메트, 메조소프라노 줄리 불리앙, 테너 안토니오 피게로아, 바리톤 마르크 부셰가 각각 뛰어난 가창을 들려준다.

‘김보미 해금 산조’
김보미(해금)/양재춘(장구) 악당이반 ADCD 405

국악기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솔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보미가 전통 음악에 대한 목마름으로 새로운 음반을 준비했다. 그는 국악·재즈·록·메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로 국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다. 전승되는 해금 산조 중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는 한범수류와 지영희류, 두 유파의 긴산조를 담았다. 다른 산조에 비해 조성 변화가 적고 가락이 다채롭지는 않으나 묵직한 안정감을 주는 한범수류와, 유려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해금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지영희류의 서로 다른 음악적 색채감을 역동적인 연주로 만날 수 있다.

‘인연’
강정숙(가야금)/김청만(장구) 악당이반 ADCD 022

가야금뿐 아니라 병창·판소리·민요 등을 두루 섭렵하며 민속악계를 이끌어 온 명인 강정숙이 선보이는 가야금 산조 음반.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는 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김창조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던 한숙구 계의 음악이다. 강정숙은 한숙구에게서 산조를 배운 서공철로부터 전수받은 가락에 새로운 엇모리장단 가락을 얹고, 휘모리장단 악장을 서공철의 가락보다 훨씬 다양하게 발전시킴으로써 서공철류 산조를 완성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다. 꿋꿋하면서도 장중한 서공철류 산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비긴 어게인’
노라 존스(보컬) 외 Blue Note DZ3236

블루노트 창사 80주년과 함께 노라 존스가 일곱 번째 정규 음반으로 돌아왔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부터 어쿠스틱 포크 발라드, 오르간과 브라스가 어우러진 소울 트랙 등 다양한 구성을 보인다. 노라 존스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 크리스토퍼 토머스(베이스), 데이브 가이(트럼펫), 레온 미셸스(색소폰)의 걸출한 재즈 세션들이 참여한 ‘Just a Little Bit’을 비롯해 #송오브더모먼트(song of the moment) 프로젝트의 싱글 트랙, 3곡의 미공개 트랙 등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다.

 

안수진의 모턴 수보트닉 피아노 음악 전곡
안수진(피아노)/모턴 수보트닉(전자음악, 목소리) Mode 306

에필로그

“이 음반은 2014년 뉴욕에서 시작되어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전자음악의 창시자인 모턴 수보트닉의 피아노 전곡을 세계 초연으로 녹음했다는 것과 모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역사적인 레코딩을 함께 해서 영광이고 기쁘다. 음악 잡지 ‘더 와이어(The Wire)’ 4월호에서 ‘빠져들게 마술적인 음반(magical and beguiling)’ 이라는 평을 받았을 만큼 해외에서도 좋은 평들과 반응이 있어서 보람이 느껴진다. 모턴은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전자음악, 현재의 테크노 음악까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친 작곡가여서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의미있는 음반이 될 것이며 클래식 음악이나 전자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피아니스트 안수진)

전자음악으로 큰 명성을 누리고 있는 미국 작곡가 모턴 수보트닉(1933~)은 80대 중반에 이르러 자신의 음악세계를 정리하는 앨범들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그중 네 번째로 피아노 음악 전곡을 한 장의 음반에 담았다. 이 앨범에 참여한 피아니스트는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인 안수진으로, 2010년에 오스트리아 베르겐츠 축제에 오른 수보트닉의 오페라 ‘제이콥의 방’(버지니아 울프 원작)의 초연에 신시사이저 연주로 참여하면서 그의 음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보트닉의 음악세계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 녹음에 참여했다. 이중 4분의 1만이 순수한 피아노곡이며, 나머지는 전자음악과 함께 연주되는 작품이다.

첫 곡인 피아노와 라이브 일렉트로닉스를 위한 ‘다른 피아노’(2007)는 피아노의 음색에 다채널의 지향성을 가진 전자 음향을 더하여 청취 공간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이것은 기존의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를 결합함으로써, 곡 제목과 같이 피아노와 전자음악이 하나의 악기처럼 융합하여 또 다른 피아노를 탄생시킨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20세기 후반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수보트닉의 음악은 설정의 새로움보다는 특징 있는 전자음향을 선별하여 청취자의 이디엄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감상자로부터 높은 집중도를 확보하여 의식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끌며, 감상자는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상상력을 더하게 된다.

1977년 작품인 ‘액상층’은 26분 길이의 대작으로, 운동에너지 법칙에 대한 아이작 뉴턴의 텍스트를 낭독하며 연주된다. 작곡자는 이 곡에 ‘유령 전자음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피아노 소리를 주파수 변조 등의 방법으로 변형시킨 후 유령처럼 피아노를 따라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체의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와 쇼팽이 인용되어 일그러지기도 하는데, 브라운관 TV에 전자석을 설치하고 제어하여 화면을 일그러뜨린 백남준의 설치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2012년 작품인 ‘떨어지는 잎사귀’는 순수한 피아노곡으로서 토카타를 연상시킨다. 수보트닉은 전통적인 형식을 염두에 두기도 하는데, 이 곡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1957~1966년에 걸쳐 작곡된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은 4번까지 있지만 3번은 작곡자에 의해 철회되어 세 곡만 출판되어있다. 이중 1·2번은 피아노 독주곡이며, 4번은 전자음악 재생과 함께 연주된다. 1번 ‘눈먼 부엉이’는 패시지들이 멈추고 반복되는 진행이 마치 비행 중 장애물에 부딪히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2번 ‘축제’에서는 고요하고 느린 흐름 위에 화려한 제스처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축제의 유쾌한 겉모습보다는 그 이면의 고독한 심리에 집중하는 듯하다. 4번은 선택된 특징적인 전자음향이 도도한 피아노 연주를 엿보듯 점멸하며 장식한다. 피아노와 전자음향을 청취자에게 익숙한 이디엄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지점을 찾는 문제작이다. ‘시간에 따른 에너지의 형태’라는 작곡자의 표현에는 이러한 두 세계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

이렇게 이 앨범은 낯선 새로움을 넘어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서의 음악적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수보트닉의 진일보된 예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출처] 월간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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