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용기 챙겨 망원시장 간 ‘플라스틱 프리족’


6월24일 저녁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독자 리뷰회를 하고 있다. 

‘시작도 창대했으니 끝도 창대하리라!’ 독자 참여 프로젝트 ‘플라스틱 로드’는 제1265호로 끝난 게 아닙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계속되고 우리 삶도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제1265호에 실린 기사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앞으로 <한겨레21>과 독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개월에 걸쳐 아이템 발제, 기획안 작성과 취재, 기사 작성에 참여하신 독자와 함께 ‘결과물’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단체대화방 ‘플라스틱 로드’에 들어와 기사가 나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독자 13명에게 ‘리뷰 회의’를 제안했고, 6월24일 저녁 7시께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독자 4명(이삼식·장인숙·정유리·조배원)과 만났습니다.

“수저도 가져갈까요?” 대화방 수다

이제 플라스틱 문제에서 ‘반전문가’가 된 <한겨레21>과 독자들이 허투루 만날 수는 없습니다. 장소 선택부터 고민했습니다. 망원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해 ‘플라스틱 프리’ 실험이 진행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모임 ‘쓰레기덕질’은 지난해 망원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비닐봉지, 플라스틱 포장 줄이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시장 안에는 이곳에서 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습니다. 이 카페는 장바구니를 기부받아 장보러 온 이들에게 빌려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로드 평가회의를 하기에 꼭 맞는 장소인 것 같아요.” “집에 있는 빈 용기를 가져갑시다!” “수저도 가져갈까요?” ‘대화방 수다’를 통해 모임 준비물도 정했습니다.

망원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저와 독자들은 장바구니에서 집에서 쓰던 스테인리스 용기, 양은 도시락통 등을 꺼냈습니다. 고소한 손두부, 매콤달콤한 떡볶이, 바삭한 부침개의 값을 치르고 빈 용기를 내밀었습니다.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에 동참한 상인분들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음식을 통에 담아주셨습니다. 카페로 이동해 음식을 펼쳐놓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로드’ 이후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저는 주변에 자랑했어요. 제가 낸 아이디어로 나온 결과물이라고.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니까 주인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한겨레21>이 그냥 잡지가 아니라 ‘내 주간지’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정유리 독자)

 

“당연히 다른 기사보다 더 열심히 봤죠.(웃음) 준비 과정에서 궁금한 점을 이야기했는데 그게 지면에 반영되니까 재미도 있고, 어디에다 물어보지 못했던 걸 알게 돼서 좋았어요. 특히 분리배출 요령을 알려준 기사(‘전화기·옷걸이·빨대는 어디에 버리죠?’)를 보고 플라스틱에 표시된 1~7번(재활용 가능 여부 구분)의 의미를 알게 돼서 좋아요. 참, 기사를 읽은 남편도 이제 분리수거에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조배원 독자)

“몰랐던 걸 알게 되니까 고민도 많아지고 뭘 버릴 때 신중해졌어요. (플라스틱과 금속이 섞인) 면도기 같은 건 어떻게 버려야 할지 고민도 하고, 이왕이면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해요.”(이삼식 독자)

“주변에 기사 링크 보내고, 잡지 들고 다니면서 지인들에게 보여줬어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더 엄격해져요. 일단 회사 동료들 앞에서 일회용품을 못 쓰고 있어요.(웃음)”(장인숙 독자)

“저도 그래요. 이제 회사에서 일회용컵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어요. 책상에 있던 일회용품도 싹 다 퇴출했죠.(웃음)”(기자)

‘플라스틱 로드’ 이후 개개인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독자들에게 궁금하거나 답답한 점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겨레21>이 계속 다뤘으면 하는 문제도 앞다퉈 나왔습니다.

또 다른 플라스틱 숙제 내준 독자들

조배원 독자는 ‘7·Other’라고 표시된 제품(복합포장재)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보통은 분리수거하던 것들인데 이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7이라고 표시된 제품이 많은데 이것들이 다 쓰레기라니 허탈했다.”

최근 주목받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정말 땅에 묻히면 제대로 썩는 건지 의구심도 나왔습니다. 이론적으로 생분해성 비닐은 땅에 묻히면 6개월 이내에 썩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돼 자연에서 어떻게 분해될지 모른다” “첨가물이 있는 경우 환경에 유해할 수 있다” “옥수수·사탕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경우 식량자원 대량소비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검증과 기술 개발이 좀더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조배원 독자는 “지인이 강아지 배변 봉투를 생분해성이라고 해서 샀는데, 이게 미세플라스틱이 될 뿐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인숙 독자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분해 비닐을 쓰는데 비닐에 있는 잉크 성분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결국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정유리 독자는 “플라스틱을 덜 쓰려는 노력이 엉뚱한 시장을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자와 함께하는 ‘플라스틱 로드’는 쭉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한겨레21>과 독자들의 ‘플라스틱 로드’는 플라스틱 문제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확신이 더 들게 됐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비롯해 이날 모임에서 독자들은 여러 가지 숙제를 <한겨레21>에 던졌습니다.

“환경부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실행되고 있는지, 실제 변화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달라.”(조배원 독자) “어른들도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 게 쉽지 않은데 아이들 교육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이삼식 독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과 관련해 재밌는 실천 방법을 꾸준히 소개해달라.”(장인숙·조배원 독자) “텀블러를 쓰면 포인트를 주거나 할인해주는 방식 등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도입됐으면 한다.”(이삼식 독자) “플라스틱 문제를 개개인의 노력과 불편 측면에서만 푸는 접근법은 안 된다. 규제와 시스템 개선 방법을 계속 고민해달라.”(정유리 독자)

숙제를 다 하려면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로드에 함께하신 독자들을 떠올리며 신발끈을 고쳐 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동행해주실 거죠?

[출처] 한겨레21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포스트 공유하기     
한겨레21

한겨레21

정기구독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