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프로듀서의 선택? 즐겨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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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휴고보스(Hugo Boss).

무대를 즐기는 사람, 표정이 좋은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껴요. 
진짜 즐기는 사람은 눈에 띄더라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댄서, 선생님, 안무가, 단장님, 대표님 중 어느 호칭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제일 좋아요. 윤정 씨, 윤정 언니, 윤정 누나같이. 야마앤핫칙스의 대표로 불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대표님’이란 호칭이 낯간지럽더라고요. 안무가나 단장님 소리를 들은 지도 얼마 안 되었고요. 얼마 전까지 연습생들에게 ‘언니’나 ‘누나’로 불렸는데 이젠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이 든 기분 들게(웃음). 


<프로듀스 X 101>의 트레이너를 하면서 ‘무서운 안무가’로 이미지가 굳었는데, 그런 부분이 염려되지는 않나요? 
몇 년 전 한동철 PD님이 제게 트레이너로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처음 했을 때 거절했어요. 저는 방송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트레이너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어요. 칭찬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쪽과 스파르타 식으로 쉼 없이 몰아붙이는 쪽. 저는 후자예요. 방송에 어울릴지 확신이 안 선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하자고 하더라고요. 얼결에 방송을 하게 돼서 하던 대로 했는데 이런 캐릭터가 생긴 거죠. 


평소에도 방송에서처럼 무섭게 가르치나요? 
똑같아요. 방송이라고 가르치는 방식이 바뀔 수는 없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그렇고요. 그런 모습이 무서워 보이는 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어릴 때부터 ‘세게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듣긴 했는데, 처음 방송 봤을 때는 저도 놀랐죠. 방송 후에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내가 저랬냐, 미안하다’ 했더니 전엔 더했다면서 새삼 왜 그러느냐고 하며 웃더라고요. 


트레이닝 중 진심으로 화나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예요? 
성의 없이 준비해올 때 그래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안무를 외운다든가 하는 기본적인 부분이 안 되어 있는 건 성의가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촬영하다가 연습을 중단시키고 나가라고 한 적도 있어요. 진심으로 화내는 바람에 제작진이 저를 설득해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계속 가르치기로 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그럴 때는 내가 왜 배울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방송 보고 연습생에게 미안했던 적도 있을 거 같아요. 
<프로듀스 48>에서 김초연이라는 친구의 표정을 지적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짤’로 돌아다니더라고요. 상처받으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놀랐어요. 사람들은 웃지만 그 애는 상처받을 수 있거든요.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연락이 왔어요. 덕분에 표정이 너무 좋아졌다고. 그때 진짜 감동받았죠. 
 

화이트 셔츠, 
레더 팬츠 모두 휴고보스(Hugo Boss). 
스니커즈 지방시(Givenchy).

화이트 셔츠, 레더 팬츠 모두 휴고보스(Hugo Boss). 스니커즈 지방시(Givenchy).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는데도 사제 간의 끈끈함 같은 게 있군요? 
    사실 저도 놀랐어요. <프로듀스 X 101>에서 만나는 연습생들은 각기 소속사가 다르고 방송 중이라 속으로 애정이 있어도 따로 연락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즌이 끝나면 어떻게 알고 제게 연락을 해요. 고맙게도 많이 지적한 친구들에게서 더 많이 연락이 오더라고요.


    연습생들에게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뭔가요? 
    ‘표정’이오. 거기서 표현력이 많이 드러나요. 춤을 잘 추고 못 추는 것조차 표정으로 커버가 되거든요. 그룹을 볼 때는 팀워크를 중요하게 보고요. 


    여자 연습생과 남자 연습생을 트레이닝할 때 차이가 있나요? 
    가르치는 내용은 같은데, 표현이 조금 달라지죠. 성차별이 아니라 감수성에서 차이가 있거든요. 경험상 여자 연습생들이 눈물이 많아요. 그래서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죠. 여자 연습생이라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요. 제 나름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면서 지도하고 있어요. 


    지난 시리즈의 연습생 중 초반부터 눈에 띄었고, 결과도 좋았던 연습생이 있다면 누군가요? 
    아이오아이의 ‘청하’요. 오디션 초반부터 청하가 눈에 띄었어요. 프로그램 시작할 무렵에는 같은 소속사의 다른 연습생이 이슈가 되었는데, 저는 자꾸 그 친구에게 눈이 가더라고요. 노래 부를 때의 표정과 조금씩 보여주는 춤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춤을 시켜봤더니 안 시켰으면 큰일 났겠더라고요. 숨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달까? 소혜도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에요. 처음에는 너무 못해서 걱정도 되고 답답했는데, 매일 지켜보니까 못하는 게 아니라 배워본 적이 없던 거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늘더라고요. 


    지금도 그런 식으로 눈에 들어오는 연습생이 있어요?
    방송 중이라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몇 명 있죠. 트레이너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그런 친구들은 겹쳐요. 이런 경우에는 비슷한 결과가 나와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매력이 있는 인물이죠. 아이돌의 실력은 기술이 아닌 매력에서 나와요. 그런 매력은 전문가의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니까 다들 알 수 있을 거예요. 


    무엇을 통해서 매력을 볼 수 있나요? 
    센스가 있어야 하죠. 얼굴이나 목소리를 통해 매력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표정이 좋은 친구들이 있어요. 표정이 좋으면 시선을 멈추게 되죠.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연습생들이 그런 케이스예요. 


    초반에 잘 풀리지 않다가 안무가 배윤정을 만난 뒤에 잘된 아이돌 그룹이 많아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에요. 연습생 때부터 같이했던 친구들이 카라인데, 처음에는 다른 안무 팀에서 배우다가 ‘프리티걸’ 안무를 제가 맡으면서 잘되었거든요. 브아걸도 ‘아브라카다브라’로 성공한 뒤 쭉 같이했고요. EXID의 ‘위아래’도 그런 케이스죠. 걸스데이도 ‘멜빵 춤’ 이후에 대세가 되었고요. 


    안무가 노래를 살린 경우가 많네요. 베스트로 꼽는 게 있다면 뭐예요? 
    하나를 꼽긴 힘들어요. 대신 이런 건 있어요. 이상하게도 너무 힘들게 짠 안무보다 음악을 듣고 그에 맞게 바로 짠 안무가 대부분 히트작이 됐더라고요. 


    참여한 곡이 히트하면 안무가에게도 보너스 같은 게 발생하나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작사·작곡가에겐 저작료가 주어지지만 안무는 자동 징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계약할 때 발생하는 수익 외에는 전무한 상태죠. 


    K팝의 인기에 춤이 큰 몫을 차지하는데, 약간 부당하게 느껴질 거 같아요. 
    안무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야마앤핫칙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댄서로 일하다가 안무를 짜게 되었고, 팀을 꾸리다 보니 댄서들이 대접을 너무 못 받더라고요. 문제가 뭘까 고민했는데, 그 문제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더라고요. 방송국에서 매니저들과 만나면 밥을 사달라고 하거나, 피곤하고 힘들면 방송국 구석에서 쪼그려 자고 하는 거. 그런 패턴이 정식 파트너라는 인상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설립 후 그런 부분을 바꿀 수 있었어요? 
    일부지만 바뀌었어요. 소속 댄서들의 임금을 회사를 통해 정식으로 받기 시작했죠. 매니저들에게 밥 사달란 말도 못하게 하고, 방송국 복도에서 잠드는 일도 없게 하고, 회사에 정시 출퇴근하며 연습하도록 했고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심어주자 주위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연습생들에게 직접 안무를 짜보라고도 하잖아요. 그럴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내용이 뭔가요? 
    먼저 음악을 이해하라고 해요. 힘의 강약 조절이 필요한 음악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내달리는 안무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안무가 많지 않아도 동선과 구성으로 채울 수 있는 음악도 있고요. 음악과 어울려야 좋은 안무거든요. 


    오랜 시간 트레이닝하면서 지켜봤을 텐데, 사랑받는 연습생들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뭘까요?
    공통점이 있다면 이 일을 정말 즐긴다는 거예요. 진짜 노래하고 춤추는 게 재미있고 좋아서 무대를 즐기는 사람은 눈에 띄어요. ‘멋있게 보여야지’라는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도 다 보이고요. 확실한 건 보는 사람도 같이 즐거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본인은 어땠어요? 댄서의 삶을 100% 즐겼나요?
    진짜 순수하게 즐겼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어릴 때는 ‘내가 좋아하는 춤을 췄는데, 돈까지 줘?’라는 생각도 했어요. 안무 짜느라 밤새고 무대에 올라가도 재미있었죠. 그 덕분에 오래 할 수 있었고요. 전 언제나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요. 


    SNS를 보면 무례한 댓글을 완전히 무시하는 타입은 아니더라고요. 
    못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안 넘어가는 편이에요. ‘왜 이런 질문, 이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짚고 넘어가죠. 웬만한 것은 넘어가지만 그냥 모른 척하기엔 나 자신에게 미안한 것들도 있잖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댄서이자 안무가, 스튜디오 대표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했는데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소속 댄서들에게 안정적인 월급을 지불하고 싶어요. 댄서는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거든요. 프로로서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고요. 


    예상보다 다정한 성격인 거 같아요. 
    그럼요. 너무 다정해요, 진짜로(웃음). 저는 제 모습이 그렇게 무섭다는 걸 방송을 보고 알았다니까요. 낯도 많이 가리고 개그 욕심도 얼마나 많다고요. 이런 모습이 좀 알려져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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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저 필립플레인 (Philipp Plein). 팬츠 유저(Youser). 싱글 드롭 귀고리 엠주(Mzuu). 브라 톱 에디터 소장품. 목걸이, 반지 모두 본인 소장품.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Credit Info

    2019년 7월

    2019년 7월(총권 116호)

    이달의 목차

    WORDS
    남미영
    FASHION EDITOR
    김지원
    PHOTO
    이대희
    HAIR & MAKEUP
    승준열

    [출처] 그라치아 Gra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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