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을 트랙에서, Ferrari 488 SPYDER

이제 무대 중앙에서 퇴장하는 488 스파이더와 서킷에서 짜릿한 인사를 나누었다 


 

주황색 컬러가 낯선 느낌을 주었다. 분명 페라리에서 흔한 색은 아니다. 488 GTB는 몇 해 전 만나 이미 매료된 바 있다. 한참 뒤에야 그 드롭톱 모델인 488 스파이더를 타볼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후속작 F8 트리뷰토가 등장한 까닭에 단종될 운명이다. 가기 전에 얼굴 한 번 보는 격이지만 페라리 인증 중고차 제도를 통해 구매 리스트에 자리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오늘 함께 트랙을 달린다는 사실이다. 

 

트랙에 당도하기 전 일반 도로에서 잠시 하드톱을 열고 달렸다. 14초만에 열리는 하드톱은 2+2 쿠페라면 뒷좌석이 있어야 할 자리로 마법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V8 3.9L 트윈터보 670마력의 마법같은 파워가 그대로 펼쳐진다. 터보랙이 거의 없는 가속은 바람보다 빠르고 강건한 섀시가 오픈에어링의 안정감을 높여준다. 옆의 창을 내리지 않으면 주행 감각에 큰 차이는 없다. 낮게 깔리는 차체 움직임은 놀랍도록 매끈한 달리기로 이어진다. 디자인에서부터 와류발생장치를 포함한 하부설계 등 공기역학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말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해도 좋은 스파이더에 앉아 달리고 있으면 열린 지붕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개의치 않게 된다. 강렬한 배기음은 이미 주변의 번잡함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다. 

 


 

어느새 정오에 다다른 인제 서킷의 지면 위로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트랙에서는 하드톱을 씌우고 헬멧을 착용한다. 마네티노는 스포트 모드에 두고 컨스트럭터를 따라 주행하는 방식. 뒤따르는 차의 속도에 따라 선도차가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인제 서킷의 길이는 3.908km이며 직선 구간 거리는 640m. 19개의 코너가 있고 특히 고저 차가 심한 것으로 유명한데 42m에 달한다. 아파트 10층 높이다.

 

한 바퀴 코스 탐색에 이어 속도를 높여 나간다. 488 스파이더의 움직임은 헤어핀이나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야 하는 업 힐 구간에서 머뭇거림이 없다. 강한 횡가속이 발생하는 코너링 순간에서 옆구리를 받쳐주는 힘이 엄청나다. 버텨주는 힘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차를 믿고 좀 더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하게 된다. 사이드 슬립 앵글 컨트롤(SSC2)의 효과는 확실히 드러난다. 코너링 뒤에 자세를 바로잡는 찰나의 순간은 자석에 달라붙듯 짜릿하다. 주행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러운 방향 전환과 이를 지탱해주는 섀시의 능력이 돋보인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댐퍼는 과격한 움직임에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시켜 준다. 이를 통해 균형을 잃지 않고 코스에 집중할 수 있다. 

 


 

직선 구간에서 레드존을 치고 넘어가자 스티어링 휠 상단에 빨간불이 켜지며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킷에서 맛볼 수 있는 쾌락이다. 일반 도로에서 듣기 힘든 배기음의 여러 단계가 나타난다. 물론 헬멧을 벗고 루프를 열고 달리면 더 좋겠지만 트랙에서는 안전 규정을 지켜야 한다. 풀 액셀러레이터 뒤에 강력한 브레이킹, 그리고 다시 가속과 회전이 반복되면서 긴장과 재미 역시 반복된다. 엄청난 에너지의 전환을 견뎌내는 것은 차도 차지만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새삼 레이서가 대단해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488 스파이더는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만큼 다루기 쉽다. 차를 믿을 수 있는 만큼 자신감은 높아지고 재미 또한 배가 된다. 주어진 10분이 순식간에 흐른 뒤 몇 랩을 달렸는지 헷갈리는데 옆에 동승한 이가 5바퀴를 돌았다고 일러준다. 488 스파이더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은 그렇게 서킷의 추억으로 남았다. 

 

 

·사진 최주식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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