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의 상처를 보듬는 잉꼬 부부


 

 

지용주(32), 김슬기(30) 씨는 올해로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잉꼬 부부다. 연애기간 7년까지 합하면 11년째 함께해온 커플이지만 아직도 신혼처럼 달콤한 일상을 보낸다. 부부에게는 둘 사이를 가깝게 유지시켜주는 특별한 식구가 있다. 3년째 딸처럼 애지중지 키워오고 있는 반려견 ‘스잔’이다. 

 

"다른 맞벌이 부부들은 퇴근 후에 저녁 먹고 나면 피곤해서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만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내와 저는 스잔이 데리고 산책하고, 스잔이의 재롱을 보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요. 스잔이 덕분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마주보며 웃게 되죠."

 

남편 지용주 씨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이 하루하루 즐겁다고 말한다. 소파에서 잠든 우스꽝스러운 자세만으로도 웃음이 날만큼 매일매일 즐거움을 안겨주는 스잔이를 보며 하루의 피로도 날리고 스트레스도 털어낸다. 소소한 기쁨을 주는 스잔이가 늘 사랑스럽지만 특히 아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안이 되어주어 더욱 각별하다. 아내 김슬기 씨 역시 스잔이와 처음 만났던 그 당시의 자신을 떠올리면 지금처럼 생기 넘치는 일상이 꿈만 같다. 

 

“3년 정도 운영한 인터넷쇼핑몰을 결혼하면서 정리했어요.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모두 맞춰주다보니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졌거든요.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키운 반려견들을 결혼해 따로 나와 살면서 자주 못 보니까 너무 외로웠죠. 무기력하게 지내는 제게 남편이 유기견 봉사를 제안했는데 봉사하면서 만난 아이가 스잔이에요.”

스잔이를 처음 만난 날, 사람을 보고도 아무 반응 없이 모든 걸 포기한 듯 누워만 있는 생명이 꼭 자신 같았던 걸까. 슬기 씨는 인형처럼 생긴 품종견을 제쳐 두고 덩치도 크고 무뚝뚝한 믹스견 스잔이에게 마음이 쓰여 한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경기도 파주의 인근 고속도로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었던 스잔이는 사람에게 상처 받은 기억 때문인지 부부의 집에 와서도 한동안 구석으로만 숨어들었다. 하지만 스잔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며 정성껏 보살핀 결과, 지금은 침대에서 부부와 같이 잘 만큼 서로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 되었다. 세 식구가 온기를 나누며 지내는 동안 스잔이의 상처와 함께 슬기 씨의 다친 마음까지 치유되어 부부 역시 활력 있는 일상을 되찾았다. 

 

유기견이었던 스잔이에게 쏟았던 부부의 따뜻한 관심은 지금도 길 위의 모든 유기견에게로 향한다. 어디를 가든 떠돌이 개를 보면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와 살뜰히 보살피고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까지 책임진다. 주인을 구할때 제일 유용한 수단은 바로 SNS다. 부부는 스잔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개인적으로 구조한 강아지의 사진과 성격, 건강상태를 게재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애쓴다. 계정을 처음 만든 2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일곱 마리 유기견에게 새 삶을 찾아주었다.

말 못하는 가여운 생명에게 각별한 사랑을 주는 애견가 부부. 그들의 사랑이 오래도록 마르지 않는다면 적어도 부부가 사는 동네만큼은 상처받고 헤매는 동물이 더 이상 없지 않을까. 동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리란 기대는 스잔이와 함께하며 더 커진다. “스잔이가 말썽을 피워서 코를 살짝 쳤는데 피가 난 적이 있었어요. 너무 미안해서 어두운 표정으로 있으니까 자기를 혼냈는데도 제 품을 파고들더라고요. 개야말로 사람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반려견과 공생하는 한 행복한 삶이 이어지리라 확신해요.

글·사진 한재원 기자 

[출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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