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큐멘터리] Montblanc

이슈 소개

 

여든 번째 매거진 입니다.

 

시대마다 가장 많이 쓰고 접하게 되는 단어나 표현이 있습니다범용적으로 사용할수록 단어가 지닌 의미가 확장되기도 하고그 위상이 높아지기도 하죠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독립’이나 ‘콘텐츠’‘라이프스타일’ 등이 이런 단어에 속합니다또 하나‘취향’ 역시 대화나 글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취향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그만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시대다 보니 취향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독특함이나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확실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취향이 없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죠하지만 취향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취향은 ‘스스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나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은 것이나시간을 두고 보면서 서서히 좋아지는 것이나 모두 취향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필기구 전문 브랜드로 그 역사를 시작한 몽블랑 역시 취향이라는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기에 적합합니다.그들이 취급하는 필기구나 시계가죽 제품 영역에서 모두 고급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만 뽐내거나 드러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취향의 시대’에 드물게 점잖은 브랜드로 여겨집니다재미있는 사실은 몽블랑의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점입니다추천이라는 것은 개인의 기호와는 미세하게 다른 영역입니다우리는 대체로 어떤 기준을 통과해 검증되었거나일종의 투자 개념과 비슷하게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을 때 주변인에게 추천을 합니다몽블랑의 제품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을 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누군가의 ‘안전한’ 취향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즌의 ‘잇아이템’이 되는 건 일종의 운이 따르는 일이지만‘안전 자산’이 된다는 것은 운만으로 되지 않는 일입니다몽블랑은 흡사 도박과도 같은 동시대 럭셔리 산업에서 견고한 품질과 전략만으로 승부해온 브랜드입니다특히 가격이나 제품군 확장과 관련한 그들의 전략은 매우 유연하고 합리적입니다.필기구나 가죽 제품시계를 통틀어 ‘엔트리 모델’을 이들만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럭셔리 브랜드도 드물죠엔트리 모델은 보통 브랜드의 최저 가격대를 형성하는 제품을 일컫는데몽블랑은 이 엔트리 모델로 동종 브랜드와 벌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합니다특히 여행 트롤리나 지갑가죽 백팩 등 비즈니스맨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에서 이 전략이 유용합니다몽블랑을 처음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 서서히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되도록 만들죠이 전략은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품군 확장도 마찬가지입니다몽블랑은 얄팍한 감성과 취향 위에 모래성을 쌓는 대신 기존 충성 고객과 초심자 모두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제품의 층위를 점진적으로 다양화했습니다만년필로 시작한 브랜드임에도 여느 필기구 브랜드가 갖는 한계를 벗어난 것은 정통성이나 아날로그와 같은 하나의 가치에 치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그들은 오브제로서의 만년필과 인문학적 상징을 담은 만년필비교적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볼펜 모두에같은 수준의 의미를 부여합니다초고가 에디션이나 한정품을내세워 끊임없이 브랜드의 판타지를 생산하고 가동하는 사례와 구별되는 지점이죠한 브랜드가 생산자 아닌 사용자에 의해 정의될 때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이들이 보여주는 셈입니다.

 

편집장 박은성


 








 

 

[출처] 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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