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특집 - 나를 바꾼 만남] 손들어!

 

손들어!


 

고등학교 3학년 영어 시간이다. 손들어!선생님 말에 학생들은 수업을 듣다 말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관찬이!나는 옆자리 친구의 손짓에 앞으로 나간다. 쭈뼛 거리며 교탁에 엎드린다. 곧이어 선생님이 두 손으로 내 등을 한 대 때린다. 나는 머쓱해하며 자리로 돌아온다.


 

손들어!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선생님의 수업 방법. 가장 늦게 손드는 학생이 앞으로 나가서 등을 한 대 맞는다. 청각 장애가 있는 나는 선생님의 손들어!” “관찬이!를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 옆자리 친구의 신호를 보고 나갈 뿐이다.


 

이전까지 나는 단체로 벌을 설 때도 예외였다. 장애 학생에 대한 배려이자 보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 3 담임 선생님은 달랐다. 손들어!에서 나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앞으로 나오게 했다. 다른 선생님이었다면 나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손든 학생을 불렀을 것이다.


 

나는 영어 시간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앞으로 나가는 게 기쁘고 뿌듯했다. 규칙에서 제외되지 않으니 나도 이 학급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들었다.


 

쭈뼛거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등을 맞을 무렵, 그날도 선생님의 손들어!에 걸려 앞으로 나갔다. 교탁에 허리를 숙이려는 순간, 한 친구가 앞으로 나왔다.


 

제가 관찬이 대신 등을 맞겠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자리로 돌아가게 하고, 친구가 등을 맞는 걸 보고 영문을 몰랐다. 나중에 상황을 전달받고 그 친구에게 무척 고마웠다. 그날부터 내가 손들어!에서 등을 맞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다른 친구도 하나둘 나 대신 맞겠다고 나섰다.


 

하루는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가 문득 내게 시선을 주었다. 나와 눈을 맞춘 선생님은 칠판에 손들ㅇ-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다시 수업을 진행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서서 칠판에 작대기 하나()를 그어 손들어를 완성했다. 칠판을 계속 보고 있던 나는 얼른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친구가 가장 마지막에 손을 들었다. 그 애가 앞으로 가자 나는 얼른 달려 나가 말했다.


 

선생님, 제가 진규 대신 맞겠습니다.

 

덕분에 친구와 우정을 쌓고, 선생님과 메일로 교류하며 인생의 스승을 만들었다.


 

장애를 그저 다른 특성일 뿐이라고 생각한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내가 장애 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박관찬 | 서울시 강서구


 

[출처] 큰글씨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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