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작업, 삶의 쉼표 / 김희앙, 장신구 작가·공예가

예술 장신구는 내가 몇 년간 만들어온 작품들을 칭하는 말로, 착용 가능한 예술 작품이다. 작은 조각품과 같아서 장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착용하기도 한다. 장신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교 4학년 때로 거슬러 간다. 원래 패션 쪽 소품을 만드는 것을 꿈꾸며 금속공예과에 들어갔는데,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리 톱질과 망치질, 용접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대체로 내가 하고 싶던 일과 부합했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일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작업은 재미있어도 작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4학년 때 장신구 만드는 수업에서 큰 재미를 느끼고 취업하려던 마음을 돌려 대학원에 가게 되었다. 수업 초반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끝날 때쯤에는 시리즈로 작품이 완성되어 있었다. 졸업 직전의 그 수업에서 장신구를 만들며 재미를 느낀 그 시간이 작가를 하게끔 만들었다. 그 후, ‘버섯과 관련된 논문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껏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만드는 것들은 버섯에 기초하고 있다. 이야기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뭇잎 속 버섯에서부터 출발한다. 비가 온 다음, 떨어진 나뭇잎들 사이에 버섯들이 있었다. 물기와 나뭇잎 잔해 사이에 피어난 버섯. 정말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거나 밟아버릴지도 몰랐다. 오롯이 피어 있는 모습이 왠지 마음에 들어 그날 이후로 내 눈길은 버섯을 찾는 데 집중되었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 화분에 피어난 버섯, 나뭇가지의 이끼. 환경 조건이 맞아서 그 자리에 피어났겠지만, 그 존재는 내게 흥미로웠다.

버섯은 모양과 색감, 생장 과정도 재미있다. 일단 그것은 식물이나 동물이 아닌 균류이며 어디서 피어났느냐에 따라 색과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버섯은 식물이나 동물의 잔해를 분해해서 토양의 양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동물의 먹이가 된 후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버섯을 공부하면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순환과정을 다시금 깨달았다.

초기에는 구체적인 버섯의 형태가 많았다면 점점 더 단순하고 부분만 강조된 형태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시작은 버섯이지만 결과물은 선인장이나 꽃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어떤 막연한 식물의 느낌이 난다고도 한다. 버섯을 닮아 내 작품들은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지녔고, 경화 후 플라스틱처럼 되는 점토를 재료로 버섯 갓의 밑에 자리한 주름살을 표현한다. 금속공예를 배우며 단단하고 뾰족하고 예리한 금속을 주로 다뤘지만, 표현하려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해주는 재료를 찾다가 점토를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금속은 작품의 뼈대가 되기도 하지만 목걸이 잠금 장식, 귀걸이 침처럼 견고해야 하는 기능적인 부분에도 사용된다. 점토는 금속으로 만들면 너무 무거워질 부피 있는 형태나 주름살 부분에 주로 사용된다.

물성은 굉장히 달라도 들이는 힘에 섬세해야 하는 점은 같다. 금속은 단단해서 깎거나 다듬을 때 들이는 힘이 그렇고, 점토는 너무 물러서 힘을 주면 울퉁불퉁해지기에 힘을 덜 들이기 위해서는 예민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재료를 다루는 게 좋다. 금속 작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점토를 다루며 해소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름살 부분을 만들 때는 점토 수백 개를 작게 떼어서 밀대로 얇게 밀어 말린 뒤, 가위로 하나씩 잘라 핀셋으로 붙여나간다. 손을 많이 쓰고 반복적인 작업이라 손목에 무리가 갈 때도 많지만, 그 과정을 통해 태어난 입체적인 결과물은 뿌듯함 그 자체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 형태, 원하는 질감을 품은 그것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늘 백 퍼센트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 어떤 걸 만들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점토로 주름살을 한 장 한 장 밀대로 밀고 가위로 자르고 붙이는 과정은 인내와 바른 자세가 필요하며 무념무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과도하게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사소한 점들에 과하게 몰입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를 좋아하는데 이때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공예가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반복 작업은 도중에 머리를 비우기에도 적합하다. 이처럼 가끔은 일이 곧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모든 일은 마무리된다. 당시에는 이를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어리석은 나이지만, 지나고 보면 아 그때는 힘들었어도 실은 별일 아니었지하며 가볍게 털어낼 수 있다.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일이면서도 생각을 멈추게 하는 쉼표와 같다. 앞으로도 인내해야 하는 월간에세이 수필 좋은글 에세이 추천 예술장신구 김희앙 공예가 금속공예 버섯 점토 인내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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