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읽다] 디즈니의 힘, <겨울왕국2> / 강성률, 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이상한 일이다.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 감독이 연출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2019125)에서 벌써 916만 명을 동원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역대 흥행 31위의 기록인데, 이 글이 활자화되었을 때에는 아마도 천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들은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으로는 매우 특이하게 천만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에 속편 역시 천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렇지 않다. 속편은 전작처럼 귀에 감기는 주제곡이 없고, 내용도 그리 새롭지 않다. 무엇보다 이 현상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겨울왕국2>가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의아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뮤지컬은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르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뮤지컬의 전성기는 1930년대에서부터 1950년대까지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황금기와 같다. 이 말을다르게 하면, 이후 뮤지컬의 시대는 급격히 저물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할리우드에서도 뮤지컬은 매우 드문 장르가 되었다. 뮤지컬이 드문 것은 할리우드만의 상황이 아니다. 드라마보다 음악을 더 중시 여기고, 직접 작곡을 해야 하고, 배우가 가창을 해야 하는 장르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더욱 귀한 장르가 되었다. 일례로 한국 영화계만 보더라도 다른 장르는 꽤 많지만, 심지어 서부극을 표방한 만주 웨스턴도 있었지만, 뮤지컬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겨울왕국2>는 뮤지컬인데 이미 힘을 잃은 이 장르가 엄청난 흥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를 두고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장르 개념이 아닌 실사 영화와는 다른 기술력과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다른 매체일 뿐이니 장르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뮤지컬이 맞다. 두루 아는 것처럼 뮤지컬과 극영화의 차이는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나 다른 비중 있는 인물이 대사가 아닌 노래로 표현하는 것은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어색한 장르가 되게 하고, 일상적 연기를 하던 배우들에게는 엄청난 가창력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장르가 되게 한다.

이렇게만 봐도 뮤지컬은 표현주의적 매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하지 않는 행동을 영화라는 틀 속에서만 진행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화려한 장르이며 멜로 라인을 다루고 있는 장르인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화려한 명성에 맞는 멋진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던 황금기의 할리우드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실사 영화가 아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내용을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고, 그 안에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으며 신비한 마법의 세계를 탐험하는 스토리를 내재하고 있다. 심지어 말과 사람이 짐승과 눈사람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가능하다.

<겨울왕국2>는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의문의 목소리가 들리는, 마법을 지닌 엘사는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데, 그것은 부모와 연결되어 있는 신비한 비밀의 세상으로의 여행이다. 이 과정에서 동생 안나는 사랑에 빠져 마침내 결혼을 하고, 엘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 여왕이 된다. 디즈니가 즐겨 다루는 공주 이야기지만, 직접 모험을 떠나 쟁취하는 현대적 여성을 그리고 있고, 그 과정에서의 새로운 세상을 뛰어난 디지털 기술로 현실처럼 재현해낸다. 여기에 아름다운 노래가 더해지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영화가 현실의 고통과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것이라면 디즈니 영화는 이 명제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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