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풍 GT

장거리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파사트에 꼬리표로 붙은 GT의 의미를 놓칠 뻔했다

 

우리가 어떤 자동차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평범함 아니면 특별함이다. 그 두 가지 이미지에서 그래프의 길이가 짧고 길 뿐이다. 파사트라는 이름은 전자다. 사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름 뒤에 GT가 붙으면 달리 보인다. 대개는 핫해치나 고성능 차에 많이 쓰이는 작명법. 평범한 세단에 붙은 GT는 이름값을 할까?

 

 

잘 알다시피 파사트는 북미형과 유럽형으로 나오는데 유럽형에 GT가 붙는다. 이번 신형 파사트 GT는 유럽형 8세대 GT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파사트 CC의 유산이 남아 4도어 쿠페 느낌도 살짝 난다. 전형적인 폭스바겐 디자인은 노멀하면서 매끈하다. 폭스바겐이 어필하는 비즈니스 세단에, 비즈니스 슈트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조금은 키 크고 군살 없는 몸매에 다림질로 빳빳하게 각 잡은 슈트는 슬림 핏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각’이 잡혀 있다. 양쪽 도어에서부터 인스투먼트 패널까지 직선으로 운전자를 감싸고 있다. 잘 정돈된 책상 위에 각자 있어야 할 물품이 한치 오차 없이 제 자리에 놓여 있는 느낌. 함부로 손대면 안 될 것 같은 엄격한 분위기가 있다. 센터 페시아 아래 스마트폰 충전 기능의 수납공간도 경사지게 처리해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다소 딱딱한 분위기는 시트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서 누그러진다. 우선 착좌감이 좋다. 세미 버킷 시트 타입으로 몸을 잘 잡아주면서도 편안하다. 페달 위치와 계기를 다루는 동선, 운전자세는 말 그대로 표준이다. 기어 레버는 그대로 수동 기어를 놓아도 다루기 좋은 위치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이 차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계기판 가운데 여러 정보를 띄울 수 있는데 내비게이션 지도도 선택할 수 있다. 3세대 모듈라 인포테인머트 매트릭스라는 긴 이름의 MIB3을 탑재한 10.25인치 디지털 콕핏, 디스커버 프로 9.2인치 스크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달라진 점. 디지털 기능을 강화해 스마트해졌고, 대시보드의 아날로그 시계는 사라졌다.

시승차는 2.0 TDI 프레스티지 4모션. 기본형인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의 차이는 앞 통풍시트와 뒤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추가되는 것.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190마력 한 가지. 4모션의 경우 복합연비(14.9L 대비 14.0L)와 0→시속 100km 가속(7.7초로 앞바퀴굴림의 7.9초보다 0.2초 빠르다)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바깥에서 들으면 틀림없이 디젤이라 하겠지만 실내에서는 조용하다. 그리고 출발은 부드럽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 700km가 듬직하다. 이번 시승은 강릉까지 다녀올 예정이어서 주유소에 들를 일은 없겠다. 

출력이 많이 높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두툼한 토크가 안정적이고 빠른 가속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경쾌하다고 해야 할까. 하체는 묵직하기보다 가벼운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불안한 거동은 없다. 보통 앞바퀴굴림의 특성인 경쾌함이다. 4모션이기는 해도 일상 주행에서는 대부분 앞바퀴를 굴린다. 도로환경이나 주행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토크를 빠르게 보낸다. 속도를 더해가면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자리를 잡는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주변에서 확실히 안정적이고 탄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추월 가속이나 회복 탄성에서도 운전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7단 듀얼 클러치는 빠른 반응으로 민첩한 움직임을 돕는다. 기어 레버를 스포츠 모드로 밀고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한 시트는 중요한 장점이다. GT의 역할에 차지하는 몫이 크다. 또 하나 새로운 주행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틀로과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하는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은 0~시속 210km까지 사용 범위가 넓다. 시속 200km까지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제한선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정차 중 멈춰선 이후에도 바로 작동할 수 있어 편리했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리다가 언제든 버튼 하나로 잠시 차에 운전을 맡겨둘 수 있는 것이다.
 

 

이윽고 도착한 겨울바다는 푸르렀고, 바닷가에 선 파사트 GT의 뒷모습에서 부드러움을 발견한다. 큼직한 엠블럼을 눌러 쉽게 트렁크를 열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오고 상단 고리를 잡아당기면 뒷좌석이 폴딩 된다. 키 낮은 세단 트렁크지만 파워 닫힘 버튼이 마음이 든다. 
 

 

커피로 유명한 강릉이지만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제한 조치로 카페 거리는 쓸쓸해 보였다.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들면서 자동차의 공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사적인 공간으로서, 그리고 업무 등을 처리해야 하는 사무 공간으로서 자동차 실내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 이런 이유로 차를 구매하는 수요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회사가 차 실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디지털화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삼 파사트가 독일어로 무역풍을 의미한다는 걸 상기한다. 콜럼버스가 이 바람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며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던가. 우리에게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하나로 익숙한 계절풍이다. 바닷가에서 이 바람을 떠올린 것은,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기능에 더해 장거리 여행에 잘 어울리는 GT 성격이 무역풍 GT라는 이름과 어쩐지 잘 어울려서이다. 

 

 Fact File  Volkswagen The new Passat GT
가격    5390만 원 (프레스티지 4모션)
크기(길이×너비×높이)    4775×1830×1460mm 
휠베이스    2786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m/1900~3300rpm 
변속기    7단 DSG
최고시속    231km
0→시속 100km 가속    7.7초
연비(복합)    14.0L/km
CO2 배출량    136g/km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45 R18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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