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의 진화, DDP키오스크

파빌리온의 진화, DDP키오스크            

 파빌리온의 진화, DDP키오스크
 
임시가설 건축을 뜻하는 파빌리온은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건물로 일종의 ‘서양식 정자’에서 출발했다. 공원 같은 곳이나 전시장에 진열관으로 설치하여 행사를 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최근엔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식으로 건축을 하려면 까다로운 법규와 제한 규정이 많고, 큰 비용이 든다. 반면, 파빌리온은 규모가 작고 일회성 건물이기 때문에 건축가가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대 이후 주로 공원 시설물이나 공공미술 같은 전시장의 일부로 파빌리온을 선보였다. 「SPACE(공간)」는 최근 공공미술로서의 가능성(2014년 1월호 리포트 ‘공공건축과 미술이 만나는 순간’)과 젊은 건축가의 실험의 장(2014년 8월호 리포트 ‘젊은 건축가를 위한 새로운 한국적 플랫폼’)으로 파빌리온의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최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파빌리온과 키오스크는 각각 무엇이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취재 심영규 | 사진 신경섭
 
 DDP의 과제
지난해 건축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완공이었다. 「SPACE」는 지난해 4월호 특집을 통해 연면적 8만 6,574m2 이르는 대규모 공간을 자립해서 운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소규모 공연과 이벤트가 일상이 되는 복합 문화공간’,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업공간’, ‘자생을 위한 독특한 프로그램보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프로그램’, ‘방문의 목적이 되는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었다. 실제 DDP는 완공 후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유명 브랜드 론칭 같은 다양한 상업 행사뿐 아니라 예술・디자인・지식관련 행사가 열렸다. 또한 DDP를 비판하던 건축계도 서울건축문화제 같은 대형 전시를 열기도 했다(2014년 11월호 뉴스 참고). 그동안 서울엔 이렇게 다양하고 넓은 공간과 접근성이 편한 공간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다.
이제 DDP는 완공 1주년, 개관 9개월을 맞는다. 그러나 아직 과제가 많다. 건물 내・외부의 복잡한 동선은 여전히 유동 인구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을 막고, 애초에 의도했던 디자인의 중간 과정을 공유하는 장소보단 결과물만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주 제안되었던 디자인과 예술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오픈 스튜디오나 24시간 열려 있는 프로그램은 현재 운영 인력과 예산 문제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업적인 대관 전시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지만, 자체 기획 행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순히 완성된 공간에 대한 활용뿐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DDP의 공간을 활용하려는 모색이 필요했다. 운영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런 문제를 공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는 재단 이사인 김영준(김영준도시건축 대표)이 최초로 제안했다. 그는 “DDP는 건물이 폐쇄적이라 도시와 단절됐다”고 말한다. “주 출입구는 1층의 거대한 다리를 통과해 진입하는데 이것은 마치 중세시대의 성 같다”고 했다. 또한 “동대문 공원 쪽 한양 도성, 지하철이 있는 전면부는 선큰 가든이라 주변과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도시와 만나는 외부공간의 활성화가 시급했고, 이를 해결하는 일종의 도시와 DDP의 ‘매개체’인 키오스크를 제안했다.
 
개념적 혹은 기능적
그렇다면 언뜻 비슷해 보이는 파빌리온, 키오스크 그리고 폴리의 차이는 뭘까? 폴리의 건축학적 의미는 본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베르나르 추미가 프랑스 라빌레트 공원에 35개의 구조물인 폴리를 설치하면서 현대적인 의미로 다시 정의됐다. 현재 한국에는 어반 폴리라는 이름으로 2011년 광주폴리I과 2013년 폴리II가 조금씩 성격을 달리하며 설치됐다.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지난해 1월호 리포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일종의 파빌리온이지만 도시라는 좀 더 광범위한 곳에 설치되며 개념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키오스크는 파빌리온에 기능성을 좀 더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된 말로, 간이 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DDP키오스크는 외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된다. 시민에게 DDP의 복잡한 동선을 안내하고, 각종 정보를 전달하며 때론 그 자체로 독립된 기능을 갖고 건물 외부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휴식공간이나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키오스크 주변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기능도 한다.
폴리는 도시에서 작동하고, 키오스크는 하나의 건물에서 기능한다. DDP 내부의 기능 일부를 외부에 있는 키오스크가 대신하며 동시에 외부를 활성화시킨다. 폴리는 도시라는 넓은 범위에 설치되기 때문에 폴리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드는 상호 연계가 중요하고, 키오스크는 좁은 지역에서 건물과 대응하기 때문에 상호 간 연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 광주폴리와 키오스크를 기획한 김영준은 “그래서 키오스크가 설치되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초에 DDP 주변 30곳을 후보로 잡았고 30개의 키오스크별로 테스트를 했지만, 예산 문제로 결국 10개만 설치됐다. 공동 큐레이터인 강정은(에브리아키텍츠 소장)은 “설치장소는 애초에 13개의 DDP 출입구 주변으로 생각했지만, 시민의 동선 패턴을 분석해 보고 이에 따라 공원 쪽으로 일부 바꿨고, 조경과 통합하는 키오스크도 만들며 최종 위치 10곳을 정했다”고 말한다.
K1 형태적으로는 망원경이고, 개념적으로는 통과하는 길이다. 디림건축(김선현+임영환)
 
DDP키오스크
랜드마크 같은 대규모 건축에 대한 비판적인 제안으로 만든 파빌리온이나 어반폴리의 의미를 생각하면 거대한 DDP 주변에 키오스크를 설치한 것은 역설적이다. 이런 역설적인 성격 때문에 작은 키오스크가 DDP와 대응하여 더 도드라진다. 이는 건축적 성향이 서로 다른 작은 여러 개의 집단으로 DDP의 문제를 보완한다는 당초 계획과 부합한다. 그래서 키오스크 설계 초기부터 DDP와 경쟁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았다. 김영준은 “기획단계부터 DDP와 경쟁하지 말라고 했다”고 강조한다.
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면 파빌리온이 시대적, 공간적, 형태적, 기술적인 독특한 위상을 확보했던 사례가 많다. 그러므로 키오스크 설치는 그 자체로 거대한 공론의 장이었던 DDP에 대응하여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의 장’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10명의 건축가는 DDP에 대한 보완재와 공존재로 키오스크를 설계했다. 재단은 서울시 공공건축가 5팀, 디림건축(김선현+임영환), 폴리머(김호민), 디자인그룹 오즈(신승수), 유현준 건축사사무소(유현준), 아뜰리에 리옹 서울(이소진)을 선정하고 이들과 짝을 맞춰 세계 곳곳의 건축가 5팀, IaN+(루카 갈로파로, 로마), UFO(조나스 룬드버그, 런던), NL 건축(카미엘 클라제, 암스테르담), 하윌러+윤건축(윤미진, 뉴욕), OAM(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바에자, 이나키 페레즈 드 라 푸엔테, 말라가)을 초청해 설계를 의뢰했다. 이들은 거대한 랜드마크를 향해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 무심하기도 하며 새로운 실험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나로 융합하기도 한다.
 
대응과 실험 그리고 통합
대응_ 키오스크의 출발점은 K1이다. K1은 키오스크를 안내하는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의 기능을 한다. 단순한 박스 2개의 형태로 거대한 3차원 비정형구조인 DDP의 한편에 조용히 서있지만, 외피 전체를 반사거울(흑경)로 마감했기 때문에 DDP를 포함한 주변의 콘텍스트를 투영하며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단순하고 부드러운 원형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지하철 입구에 있는 K2는 DDP와 기존의 도시 콘텍스트와 연결하기 위해 단순한 원형의 형태다. 외부는 철재 매시와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가볍고 투명해 보인다. 공원쪽에 있는 K4도 둥근 원형이다. K4를 디자인한 이소진은 “처음부터 설치되는 장소가 가변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곳에 있어도 무리 없게 방향성 없는 원형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이후 DDP 외부에서 위치를 계속 바꿔가며 최적의 장소를 찾아 테스트했다. 여름엔 ‘워터 커튼’, 겨울엔 ‘비닐 커튼’을 설치해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그는 “한국의 포장마차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공간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전에 존재했던 다수의 건축의 형태를 녹이고 겹치고 뒤틀어서 하나의 유연한 형태로 제안한 작업도 있다. K5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이용한 DDP에 대응해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을 적극 도입해 자유로운 곡면 형태를 만들었다. K9는 지형과 위치와 건물과 접점 등을 변수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었고 그 중에 하나를 택했다.

K2 외부는 철재 매시와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가볍고 투명해 보인다. OAM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바에자, 이나키 페레즈 드 라 푸엔테)
 
실험_ 외부공간의 다양한 변화에 기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 이동과 변형이 가능한 개념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K1은 키오스크의 불확정적인 위상을 건축적으로 풀었다. 임영환은 “DDP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며 “형태적으로 늘어나는 망원경이고, 개념적으로는 일종의 통과하는 길”이고 말한다.
K3를 디자인한 유현준은 “최소 공간이라는 경험과 유리의 기술적 진보를 더해 새로운 건축으로 재편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며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변화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투명한 키오스크의 내부 전시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의 유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전시물에 집중하게 된다. 외부에선 투명했던 키오스크가 불투명하게 되면서 방문자의 주목을 끈다. 재료와 형태에 대한 실험도 했다. K10은 발색 티타늄을 사용해 같은 정삼각형 패널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었다. 김호민은 “삼각형의 모듈 패널을 반복하고 회전하여 독특한 볼륨을 완결하였다. 형태를 구축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통합_ 키오스크는 외부에 놓이는 건축일까, 조경일까, 조각일까, 가구일까? 많은 건축가는 이를 한꺼번에 수용한 통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K1은 단순한 직육면체의 박스가 2.5~5m로 길이가 변하면서 갤러리, 인포메이션, 휴식공간으로 기능이 변한다. K2도 2개의 원통 형태를 복합한 장소적 아이콘을 키오스크의 개념으로 제시하며 휴식, 전시, 판매, 정보, 카페 기능을 한다. 건축, 조경, 유적 등 주변의 다양한 변수를 묶어 주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에 주목한 것도 있다. K3, K4, K8은 조경 내부에 위치하면서 건축의 동선과 공원의 조경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K8 내부로 들어가면 미디어 전시를 하는 대형 스크린과 DDP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소형 스크린이 있다. K7을 디자인한 신승수는 “가구이면서 방을 생각했다”며 “일종의 세 가지 프로그램이 만나는 사이공간인데, 가구이면서 통로가 되는 프로파일 공간을 고려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모든 면이 각각의 기능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변적으로 만들거나 형태 자체를 독특하게 디자인한 경우도 있다. K6는 일종의 건축이자 무대이자 조경공간을 만들었다. 단순한 삼각형의 형태로 프로그램, 기능, 지형, 조형까지를 통합해 외부에 놓는 작은 인프라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4개의 유닛을 다르게 조합해 기능을 바꿀 수 있다.
 
건축과 외부 환경의 일부로
키오스크는 DDP에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DDP를 반사하기도(K1)하며, 무거운 랜드마크에 대응해 가볍고, 투명하게 밝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K2), DDP와는 아예 별도로 무심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K8). 박진배(재단 시설안전팀 팀장)는 “키오스크 내부에서 DDP를 바라보는 모습도 이채롭다”며 “기능적으로도 휴게, 판매, 전시를 위한 기본적인 기능뿐 아니라 외부 행사를 위한 전기 확장시설이나 안내시설 등 독자적인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강정은은 “키오스크는 단순히 조각이나 환경 조형물이 아니다”라고 하며 “쉼터나 벤치 같은 단순한 기능뿐 아니라 안내소, 공연장 혹은 스탠드, 미끄럼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10개의 DDP키오스크의 용도는 키오스크의 수많은 가능성 중 몇 가지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시민들이 그것의 쓰임새를 찾아 나갈 것이다. 다양한 주변 공간을 만들고, 다채로운 이벤트를 계획하고, 가능성이 축적되면서 건물과 외부 환경의 일부가 되면서 독특한 기능으로 발전할 것이다.
  K4 여름엔 ‘워터 커튼’과 겨울엔 ‘비닐 커튼’을 설치해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아뜰리에 리옹 서울(이소진, 설계담당 이효진) 

[출처] 월간 스페이스 Space (월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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