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런던은 젊다

Design Junction 디자인 런던은 젊다
밀란 가구박람회, 파리 메종 오브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페어로 꼽히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그중에서도 디자인 정션이라는 이벤트는 독야청청 빛난다.
다양한 브랜드들의 신선한 디자인을 큐레이팅하는 것을 차별화 요소로 매년 화제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런던 디자인 위크. 디자인 정션의 올해 메인 이미지는 정제된 분위기 속에 오브제 하나하나의 디자인을 가장 개성 있게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매해 9월 열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2003년 창립된 이래 세계 디자인 페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참관하며 느낀 것은 이 행사 관계자들이 런던 전역에 걸쳐 촘촘하면서도 개성 있는 전시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 유럽 3대 디자인 행사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올해 밀란 가구박람회는 활력이 넘쳤지만 다소 산만했고, 메종 오브제는 전시장 바깥으로는 화제를 모으지 못해 파리 시내와의 연계가 다소 허술했다. 물론 각 행사의 성격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디자인은 런던으로 통한다’는 말을 기어코 현실로 이루기 위해 영국인 특유의 뚝심과 저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이벤트에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부터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참여시키며 밀도를 높였고, 페스티벌의 허브이자 아이콘인 빅토리아&앨버트(V&A) 뮤지엄 내의 다채로운 설치미술 작품, 7개의 디자인 디스트릭트(디자인 밀집 지역)뿐 아니라 재스퍼 모리슨, 로스 러브그로브, 바버&오스거비, 아릭 레비, 부홀렉 형제 등 국적을 떠나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서머싯 하우스에서 펼친 설치미술전까지 그야말로 속이 꽉 찬 느낌이었다. 마치 직물처럼 촘촘히 짜인 런던디자인페스티벌을 며칠 안에 참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메인 전시 5개는 꼭 방문해야 할 ‘목적지’로 꼽는데, ‘100% 디자인’, ‘데코렉스(Decorex)’, ‘디자인 정션(Designjunction)’, ‘포커스/15’, ‘텐트 런던 & 슈퍼브랜드 런던’이 그것. 이름부터 감각적이다. 이 중에서 2011년부터 시작된 디자인 정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혹자들은 디자인 정션만 참관하면 한 해 디자인 흐름을 다 본 거나 다름 없다고도 말한다. 여타 전시는 사실 일반 관람객보다는 세계 각지의 리테일 회사, 인테리어 및 장식 전문가와 디자이너 등 관련 업계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반면 디자인 정션은 런던 중심가라는 위치적인 특징에서도 알 수 있듯 더욱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덕분에 전시 오픈 당일에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런더너들이 전시장 앞에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마치 파티를 앞둔 것처럼 분위기가 고조된다. 올해 특히 몸집을 키워 더 큰 화제를 모은 디자인 정션의 면면을 소개한다.

올해 디자인 정션은 옛 대학 건물 내부를 활용해 전시장을 구성했다. 사진은 체코의 가구 브랜드 톤(Ton).

런던 교통국(TfL)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레스토랑 겸 카페. 런던 지하철역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옛 센트럴세인트 마틴 건물에서
올해 디자인 정션은 전시 장소를 옮기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제까지 전시를 열어 왔던 곳은 뉴욕 스퍼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60년대의 중앙우체국(The Sorting Office)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철근 구조와 커다란 창문, 여러 층으로 구분된 공간 구성도 충분히 특색 있었고 반응도 좋았다. 첫 전시 장소가 신선했던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에 장소를 옮긴다는 뉴스에 꽤 기대가 높았다. 새로운 장소는 두 군데로 나뉘었다. 예전 센트럴 세인트마틴 대학 건물(The College라 부른다)과 건너편의 빅토리아 하우스를 쓰되 각각 순수한 전시장과 판매를 겸하는 팝업 스토어로 세분했다. 특히 대학 건물은 예전 중앙우체국만큼이나 영민한 선택이었다. 아트&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강의실과 작업실로 사용했던 건물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공간 곳곳에서 200여 개의 디자인 브랜드와 스튜디오의 전시가 펼쳐졌다. 한데 모여 있었지만 모두 독립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특히 호평받았다. 오래된 나무 난간이 매달린 계단과 강의실이 줄지어 있는 복도 등 마치 강의실을 찾아 다니는 신입생이 된 듯 모든 관람객이 전시 공간 하나하나를 발견하며 향수에 젖었다. 전시 공간은 넓고 뻥 뚫려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쇼핑과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디자인 정션이 열린 나흘 동안 런더너들이 몰린 이유는 여러 가지겠으나 그중 쇼핑과 음식이라는 요소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힙’한 디자인 아이템들이 한곳에 몰려 있을 뿐 아니라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고, 유명 카페, 레스토랑과 제휴해 훌륭한 케이터링이 차려졌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 빅토리아 하우스 지하에 열린 50여 개의 팝업 스토어는 폐장 시간에 이르자 아수라장이 될 지경이었다. 가구와 그릇, 쿠션, 조명 등의 인테리어 아이템부터 문구류, 모바일 용품, 가방, 액세서리, 시계 등 현실적으로 구입 가능한 디자인 상품들이 즐비했다.
생활 소품 브랜드 커버(Curver)가 디자인 스튜디오 프랭클린틸과 함께 만든 니트(Knit) 컬렉션.
디자인 정션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무렇지 않게 공존한다. 동시대의 디자인이라면 브랜드의 규모 따윈 안중에 없다. 허먼 밀러, 롱 포 헤이, 프리츠 한센, 톤, 마셋, 비트라, 보 컨셉, 모두스 등 세계를 무대로 누비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사실 디자인 정션뿐 아니라 한 해에도 여러 개의 주요 디자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비트라는 런던 페스티벌 기간 중 디자인 정션뿐 아니라 다른 전시에도 부스를 세웠어요. 디자인 정션에서는 오직 부홀렉 형제의 새로운 의자 ‘Belleville’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죠.” 현장에서 만난 비트라의 세일즈 디렉터 리 프란시스의 코멘트는 브랜드가 소위 어떤 ‘급’이든 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디자인과 졸업생들의 실험적인 가구 전시가 열리고 비농(Beynon), 이룹 & 리츠(Ikrup& Ritz), 톨레미 & 만(Ptolemy & Mann) 등 다소 생소한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기도 했다. 이처럼 디자인 정션은 ‘정션’이라는 뜻 그대로 산업과 대중, 트렌드와 크리에이티브, 마케팅과 전시, 대형 브랜드와 소규모 스튜디오 등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고 있다. 이 복잡한 교류는 그것만의 규칙 속에서 더욱 더 복합적이 될 터지만 그 결과는 혼돈이 아니라 멋진 융합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출처] 엘르 데코 Elle Decor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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