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와 공존할 오래되고 이상한 브랜드, 태극당

‘변화’와 ‘전통’은 얼핏 생각하면 정반대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동시대의 변화를 기민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전통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들려줄 방법을 잃게 된다. 마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해방 이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명동 미도리야 과자점을 인수한 1대 창업주 신창근 씨는 1946년 태극과 무궁화 무늬를 상징으로 한 빵집을 열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의 시작이었다. 이후 1973년 지금의 본점 자리인 장충동으로 이전하면서 태극당은 금세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당대 최고 스타 김지미, 문희 등이 단골이었고 모나카 아이스크림, 야채사라다, 버터케이크 등 태극당만의 제품들은 사람들의 미각을 다채롭게 채워줬다. 태극당은 그 당시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미팅 장소였을 뿐 아니라 예식과 연회까지 열리는 문화 공간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태극당과 함께 1940년대에 생겨난 영일당, 상미당 같은 빵집들은 이후 양산 제조업체로 변신하거나 제과그룹으로 규모를 확장해갔다. 그렇게 다른 빵집들이 몸집을 부풀릴 때에도 태극당은 유일하게 그 자리에 남아 빵집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바꾸는 게 아니라 남기는 변화

 

창업주의 아들인 2대 신광열 사장에서, 손자인 3대 신경철 전무로 태극당의 수장이 바뀔 즈음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매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장년층이나 노년층이었고 제품 생산과 수요에 관한 예측도 맞지 않았다. 낡은 이미지에 갇힌 태극당에 위생 문제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다. 2013년도에는 2대 신광열 사장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곧이어 1대 창업주까지 유명을 달리하며 위기는 가속화되었다.

태극당이 변화의 시류에 유연하게 몸을 맡긴 건 3대째로 넘어오면서부터다. 가장 먼저 공간 리뉴얼에 돌입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무엇을 남기느냐’였다. 태극당의 상징인 오래된 샹들리에, 붉은색 원목, ‘영수증을 꼭 받자’, ‘납세는 국력이다’ 같은 표어가 그대로인 이유다. 대신, ‘태극당 1946체’라는 고유 서체를 만들고 여기저기 다르게 쓰이던 로고를 통일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아갔다. 2017년부터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대외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고 이런 변화에 젊은 층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new)과 ‘복고’(retro)가 합쳐진 뉴트로(new-tro)는 현대적 감각으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지금 태극당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뉴트로의 성지로 일컬어진다. 바꾸지 않고 지키는 것이 혁신임을 증명해낸 태극당 신경철 전무는 이 오래된 빵집을 ‘동시대와 공존할 오래되고 이상한 브랜드’라 정의한다. 5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 여전히 모나카를 생산하고, 70대 할아버지와 20대 힙스터가 한 공간에 앉아 빵을 먹는 풍경은 확실히 이상하지만 재미있다. 변화가 미덕처럼 여겨진 서울 한복판에서, 진정한 의미의 헤리티지(heritage)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출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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